그 전면에 문재인 대통령이 섰다. ‘규제 3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관련 노조법 등 노동 관련법을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킬 것을 여당에 주문했다. 경제계의 “기업이 잘못했으니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는 하소연은 깡그리 무시했다. 여야가 쟁점 법안은 협상을 통해 의견을 모으기로 합의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당도 가세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회기 내 후보 추천 요건을 변경하겠다”며 야당을 몰아붙였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여권은 중도층을 잃더라도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쪽으로 국면 돌파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부에서 “지지율 하락은 지지부진한 공수처법안 처리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미온적 대처에 대한 지지층의 실망감 표출”(정청래 의원)이란 해석이 잇따르는 게 이를 입증한다. 지지율 추락을 ‘더 강하게 나가라’는 신호로 읽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심에 대한 오독이자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지지율 하락이 민생·경제 정책에 대한 중도층의 실망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폭주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22%), 법무부·검찰 갈등(9%),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7%)이 줄줄이 상위권에 올랐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바란다’(44%)는 응답이 ‘유지를 원한다’(41%)는 답변을 넘어섰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는 지지율이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 여권은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152석)을 얻고도 민생 문제보다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에 몰두했다가 몰락을 자초한 적이 있다. 뚜렷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는데도 또 반복하고 있으니, 그 같은 일이 재연되지 말란 보장도 없다. 지금 여권에 절실한 것은 독주와 일방통행이 아니라 성찰과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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