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원유 수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원유 수출 '정상화'를 공언하고 나섰다. 내년 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대(對)이란 제재가 대거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란이 시장에 원유를 쏟아내면 유가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향후 3개월 안에 석유시설을 완전 가동해 석유 생산·수출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2015 이란핵합의를 복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이란이 핵합의 복구시 미국의 제재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2015 이란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당시 미국과 이란이 중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함께 체결했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기존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18년 이란핵합의 내용보다 더 강한 조항이 필요하다며 합의를 일방 탈퇴했다. 작년엔 대이란 석유 수출 제재를 완전 부활시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영향으로 이란의 원유 수출은 2017년 일평균 260만배럴에서 지난달 13만배럴까지 급감했다.
이란은 이후 그레이마켓(회색시장) 등에서 원유를 우회 거래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를 수송하는 선박이 운송 중 엔진을 꺼 추적을 피하거나, 원산지 등 서류상 선적 정보를 바꾸는 식이다.
작년엔 이란 석유부가 "미국의 부당한 제재에 맞서 회색시장에서 원유를 판매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분은 대부분 중국이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은 이란이 내년 미국과 새로운 핵합의를 타결할 경우 원유 수출량을 일평균 120만배럴까지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 정상화가 실현되면 원유시장엔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주요 산유국 등의 연합체인 OPEC+가 감산 규모를 축소하는 와중에 이란이 시장에 원유를 쏟아내게 되서다. 이란은 OPEC 소속국이지만 그간엔 미국의 제재 등을 근거로 감산 의무를 면제받았다.
OPEC+는 지난 3일 내년 1월부터 산유량을 기존 대비 일평균 5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기존 감산 규모는 일평균 770만배럴이지만 내년부터는 720만배럴로 줄어든다. OPEC 좌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연장을 주장했으나 러시아 등이 미국 셰일오일 업계 증산 등을 이유로 감산 축소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오전 11시05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6.04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49.0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 가격이 배럴당 46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초 이후 처음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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