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부터 공인인증서가 독점적 지위를 내려놓고 '공동인증서'로 바뀌는 가운데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앞다퉈 민간 인증 시장에 뛰어들면서 주도권 잡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공인전자서명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서명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10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공인인증서는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공동인증서'로 명칭이 바뀐다. 공동인증서는 민간 인증서와 동일한 지위를 갖게되지만 발급절차는 물론, 인증과 재발급이 까다로운 만큼 민간 인증서가 기존 공인인증서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민간 인증서는 이동통신 3사의 패스(PASS)와 카카오·네이버·페이코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이통 3사가 내놓은 'PASS 인증' 서비스가 선두주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시한 PASS 인증서의 누적 발급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2000만건을 돌파했다. 지난 5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증가세가 가파르다.
PASS 인증서는 인증 절차가 간단하고 높은 보안성이 강점이다. PASS 앱(애플리케이션)에서 6자리 핀 번호나 지문 등의 생체 인증을 진행하면 1분 내에 발급이 가능하고 발급받은 인증서는 3년 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통사 측은 "PASS 앱은 휴대폰 가입 정보를 기반으로 명의 인증과 기기 인증을 이중으로 거치는 구조"라면서 "휴대폰 분실·도난 시 인증서 이용을 차단해 사설인증서 중에 가장 강력한 보안 수준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PASS 앱은 유료로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기본 간편 본인인증 서비스 외에도 건강·부동산·주식 정보 등 유료 서비스를 여럿 제공하고 있어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용하는 것이 좋다.
카카오페이의 인증 서비스도 있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이미 2017년 6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됐다. 이달 초 이용자 수 1000만명을 넘었다. 따로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연계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용자는 카카오톡 내에서 '더보기' 탭을 누른 뒤 카카오페이 화면으로 이동하면 발급 받을 수 있다. 인증서를 통해 본인확인이 필요할 경우 카카오톡 메시지나 앱을 통해 인증 과정만 거치면 된다. 카카오페이 인증은 △간편 인증 △간편 로그인 △자동서명 △중요문서 전자서명 △자동이체 출금동의 등 이용시 사용 가능하다.
카카오페이는 공인인증서와 동일한 공개 키 기반 구조(PKI)의 전자서명 기술에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보안성을 높였다. 다만 유효기간은 2년으로, PASS 인증서보다 1년 짧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인증 시장에 뛰어들어 현재 200만건 이상의 발급건수를 기록했다. 후발주자로 뒤늦게 인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 제휴처를 47곳으로 늘리며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도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공공·민간기관의 전자문서와 고지서에 대한 인증열람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고지서를 확인한 다음 네이버페이를 활용해 납부까지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외에도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인증서'가 2018년 출시한 바 있다. 지난 9월 누적 발급건수 1700만건을 기록했다. 최근 두 달 사이에는 이용자들이 급증하면서 600만건을 증가, 누적 2300만건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앱 하나만 설치하면 지문 등 생체인증이나 PIN 번호로 본인 인증을 간편하게 마칠 수 있다.
NHN페이코 역시 지난 9월 '페이코 인증서'를 출시했다. 페이코 인증서는 아이디찾기, 비밀번호찾기 등 본인 인증 서비스 '간편인증'과 추심이체 동의, 금융상품 가입, 전자문서 확인 등 전자서명이 필요한 업무에 '간편전자서명'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SDS와 블록체인 기술 협력을 통해 인증 발급 등 사용 이력을 클라우드 블록체인에 저장해 보안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 전자 인증서 시장 규모는 700억원 규모로 아직 크진 않지만, 시장 주도권을 잡으면 수수료 수입과 사업 모델 확장 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내년 초에 시행하는 2020년도 연말정산부터 민간 전자서명 인증서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민간 인증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부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KB국민은행·NHN페이코·패스·한국정보인증 등 5개 사를 민간 전자서명 시범사업자 후보로 선정했다"며 "이달 말 사업자를 선정한 뒤 내년부터 민간인증서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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