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태평양 억지구상'에 2조4000억원 배정…中 견제 강화

입력 2020-12-07 15:36   수정 2020-12-07 15:46


미국 의회가 내년 미 국방예산에 2조원대 규모 태평양지역 항목을 신설했다. 태평양 일대에서 미군 자취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내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의회는 내년 국방예산안인 미 국방수권법(NDAA)에 중국의 군사·경제 강국화를 견제하기 위한 ‘태평양 억지구상’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이 항목 첫 해 예산으로는 22억달러(약 2조3800억원)가 배정됐다. 내년 NDAA 총 규모는 7405억달러(약 801조5900억원)다.

미국은 새 항목 예산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자산을 늘리는 등 미국의 방위 태세를 강화하고 역내 동맹관계를 증진하는데 쓸 계획이다. 투입 자금은 차차 더욱 늘린다. WP는 NDAA 첨부 보고서를 인용해 “2022회계연도에는 태평양 억지구상 프로그램에 두 배 이상의 자금을 쓸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태평양 억지구상은 2014년 신설된 ‘유럽 억지구상’을 본따 마련했다. 유럽 억지구상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의 러시아 견제를 돕기 위해 미군 주둔 확대 등을 골자로 10억달러 예산(약 1조820억원)을 책정해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규모가 해마다 확대돼 작년엔 65억달러(약 7조 360억원)가 배정됐다.

이번 NDAA엔 태평양 억지구상을 비롯해 지적재산권 보호, 세계은행(WB) 지원에 대한 중국 접근 제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시행 중인 홍콩에 대한 국방 관련 수출 금지 관련 내용 등이 포함됐다. 모두 직간접적으로 중국 공산당을 겨냥했다는 평이다. 미 육군 다영역 태스크포스(TF)의 태평양 배치 관련 내용도 들어갔다.

이번 예산은 내년 출범을 앞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운용하게 된다. WP는 의회가 이번 예산안을 통해 정부가 중국 견제를 강화하라는 요구를 초당적으로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중국부문장은 WP에 “의회는 정부가 중국 관련 사안에 충분한 관심과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번 예산안은 의회가 중국 대응 문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에 ‘전진하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대외정책연구 국장은 “이번 예산안은 정책 방향 위주로 짜였고, 세부사항이 많지 않아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충분한 재량권을 남겨뒀다”며 “내가 만약 바이든 행정부 일원이라면 의회에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NDAA에는 미 행정부가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이하로 줄이고자 할 경우 미 국방부가 감축 최소 90일 전에 의회에 내용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WP는 “정부가 보고 요구를 준수하는지 여부가 향후 역내 사안 관련 국방 예산 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NDAA는 오는 8일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이후 상원 투표를 거쳐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률로서 효력을 발휘한다. 미 국방부 장관은 이번 NDAA를 토대로 내년 2월까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지원 내용 등을 확정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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