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활동 "긍정적" vs "상당히 미흡" 엇갈린 평가

입력 2020-12-07 16:53   수정 2020-12-07 17:15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 양형 요소로 꼽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법원이 선임한 세 명의 전문심리위원들은 '준법감시위가 미흡하다'는 부정적 입장에, '준법감시위는 구조 변화이자 진일보'라는 긍정적 입장에, 그리고 '현 단계서 판단하기 이르다'는 유보적 입장에 한 표씩을 던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7일 속행하고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앞서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지속가능성 및 실효성이 입증될 경우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 요소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먼저 입장을 밝힌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전반적으로 보면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가 이전보다 강화된 준법감시활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위험유형을 정의하고 감시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관계사가 따르지 않을 때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준법감시위의 지속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준법감시위의 위원장과 위원들의 임기가 2년이고, 그 선임은 이사회가 결정하는 만큼 앞으로 독립성과 독자성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주로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강일원 전 재판관은 법원측이 선정한 전문심리위원이다.

검찰측이 선정한 또다른 전문심리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결론적으로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 회계사는 "과연 최고경영자에게 배임 혐의가 있다고 할 때 준법감시위가 방문을 두드리며 사실조사를 할 수 있나"라며 "중요한 것은 준법감시 조직이 성역없이 작동하느냐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심적인 모니터링 체계는 여전히 공백"이라며 "대외공표 외 실효성이 없다는 점 또한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는 "준법감시위에 대한 평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제도에 관한 점"이라며 "특정 조사가 미흡했다 하더라도 언제든 보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 자체의 구조나 권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관련자들의 준법의지"라며 "게다가 준법감시위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역할을 제대로 다 했는지 판단하기도 이르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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