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파른 환율 하락세, 수준보다 속도가 문제다

입력 2020-12-07 17:48   수정 2020-12-08 00:17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아 수출기업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82원10전에 마감했다. 2018년 6월 12일(달러당 1077원20전)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준도 수준이지만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 원·달러 환율은 3개월 전에 비해 달러당 100원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급락은 수출 기업에 직격탄이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떨어지면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은 수출이 감소한다. 중소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은 영업이익률이 7%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떨어진 만큼 가격 인상 효과가 생겨서다. 수출 기업들은 최적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을 달러당 1167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133원으로 보고 있다. 지금 환율은 이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로 휘청했던 기업들이 이젠 환율하락이란 복병을 만나 신음하고 있다.

정부는 가파르게 추락하는 원·달러 환율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된다. 물론 원·달러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급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하려고 들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급격한 환율변동을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내버려두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 나라가 환율 급변엔 구두개입 등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대응해 기업들의 환변동 위험을 줄여주고 있다. 이는 환율조작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더욱 세심하고 적극적인 환율 대응이 요구된다.

기업들도 환리스크 회피를 위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수출입 때 가급적 현지 통화로 거래를 하거나 입금 및 지출 통화를 일치시켜 환포지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환리스크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환변동 보험도 활용해야 한다. 올해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수출은 내년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변수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 위험을 최소화하는 정부의 정책 대응과 기업들의 자구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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