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미국 유명 온라인 쇼핑몰 '재포스'의 공동 창업자 토니 셰이가 사망 전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지인들의 증언이 나왔다. 셰이는 지난달 27일 코네티컷주(州) 뉴런던의 자택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후유증으로 4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셰이의 지인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셰이가 사망 전 최소 6개월간 극단적으로 굶거나 불에 집착하는 등 자신의 신체를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아붙이는 행동을 보였다고 전했다.
셰이는 음식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결과적으로 몸무게가 45kg도 되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으며, 소변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저산소증을 일으키는 아산화질소에 의존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아산화질소는 환각 성분이 강한 마취제 '해피벌룬'의 주성분이다. 일례로 세이는 자신의 자택 창고를 밀폐시킨 뒤 온도를 올려 산소 농도를 낮추려고 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셰이는 화재 사고 당시에도 창고 안에서 문을 잠그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셰이는 지난 8월 재포스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뒤 특히 음주가 늘었다는 게 주변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그가 술뿐만 아니라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류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셰이가 1990년 창업한 온라인 신발 판매 회사 재포스는 2009년 매출이 약 1조1000억원(10억 달러)를 넘겼다. 셰이는 그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약 1조3000억원(12억 달러)에 재포스를 매각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경영을 도맡아오다 지난 8월 21일 은퇴했다.
그는 최근 지인들에게 약물중독 치료센터에 입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은퇴 이후 불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진술도 나오는 등 셰이의 이상행동은 지속됐다. 올해 초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셰이에게 자택을 판 부동산 중개인은 얼마 후 그 집에 가보니 1000여 개의 촛불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만 출신 이민자 가족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셰이는 1999년 재포스를 창업했다. 특유의 경영 철학으로 수평적인 사내 문화를 주도한 성공한 사업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평소 철학을 담아 집필한 책 '딜리버링 해피니스'는 2010년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
셰이는 졸업 후 잠시 오라클에 몸담은 뒤 회사를 나와 온라인 광고 네트워크인 '링크익스체인지'를 공동 창업했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링크익스체인지를 2억6500만달러에 매각해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된 셰이는 '온라인에서 신발을 파는 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와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한 '슈사이트 닷컴'이라는 회사에 투자한 셰이는 곧바로 회사 CEO에 올랐고, 회사명도 스페인어로 신발을 뜻하는 '사파토스'(zapatos)에서 딴 '재포스닷컴'으로 바꿨다.
이후 회사는 급격히 성장했고 셰이는 10억달러 매출을 돌파한 2009년 9월 아마존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했다. 앞서 2005년에는 아마존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번에는 재포스 이사진들의 압박으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재포스를 계속 독립 사업체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고, 셰이는 올해 8월까지 회사를 이끌다 21년 만에 물러났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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