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대북 제재…중국, 대놓고 북한 석탄 수입

입력 2020-12-08 10:48   수정 2020-12-08 11:28

<h4>미 정부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제공한 북·중 석탄 거래 사진. 지난 6월 북한 항구에서 중국 국기를 단 선박에 석탄이 선적되는 모습. 월스트리트저널 캡처</h4>
중국이 유엔 제제 품목인 북한 석탄을 올해 4000억원어치 안팎 수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 모두 유엔 감시망을 개의치 않고 석탄을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2017년 북한산 석탄 수출을 금지했는데 유엔 대북제재 제재가 뻥 뚫렸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무 고위 관료들과의 인터뷰, 국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 선박들이 지난 1년간 중국 닝보-저우산으로 수백차례 석탄을 직접 실어날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그동안 유엔 회원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해상에서 선박간 환적, 외국 국적 선박 사용, 선박 이름 변경,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끄기 등 각종 제재 회피 수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국무부가 WSJ에 제공한 지난 8월12일 촬영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깃발을 달고 석탄을 실은 복수의 선박이 닝보-저우산 가까이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WSJ은 중국도 대놓고 대북제재를 위반했다고 전했다. 국무부의 6월19일 위성사진은 중국 깃발을 단 바지선이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는 장면을 보여준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WSJ에 북·중간 석탄 거래에 대해 "특별히 위장하거나 숨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의 직접 석탄 운송은 유엔의 2017년 북한산 석탄 금수 조치 이후 처음 목격되는 사례로 알려졌다. 북한은 과거처럼 베트남 인근 해역 등 먼 해상으로 이동해 다른 선박에 석탄을 옮겨싣는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수출량도 늘릴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북한이 올해 1∼9월 410만t의 석탄을 수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7년 유엔 안보리의 북한산 석탄 수출 금수 이전과 비교할 때 5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WSJ은 석탄이 t당 80∼100달러에 팔렸다고 가정할 때 올해 북한의 석탄 수출액은 3억3000만∼4억1000만달러(약 3600억∼45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미 행정부는 북·중간 석탄 거래를 포착한 사진을 유엔 안보리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밖에 북한 노동자 2만명을 계속 고용하고, 석탄 외에 북한산 해산물과 기계류도 불법 수입한 것으로 미 정부는 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북·중 국경이 닫힌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을 거부할 경우 북한이 제재를 풀기 위한 비핵화 협상에 나설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북제제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와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는 최근 중국의 대북제재 미이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일 대변인을 통해 중국의 대북제재 미이행 혐의를 부인했다.

WSJ은 북·중 불법 거래 증가는 내년 1월20일 임기를 시작하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목표를 추진하는데 특별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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