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법인세 내리는 선진국…반대로 가는 한국

입력 2020-12-08 10:16   수정 2020-12-08 10:20


세계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법인세율을 인하한 국가 수가 작년 대비 크게 증가했고, 각종 세제 혜택도 확대되고 있다. 기업 활력을 높이는 것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세계 각국이 세제 개편을 앞다퉈 추진한 결과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이같은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18년 오히려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등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붙은 법인세 인하 경쟁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OECD 회원국의 세제개편 동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법인세를 인하했거나 연말까지 인하계획이 있는 국가 수는 8개였다. 프랑스, 벨기에, 아르헨티나, 그리스,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다. 법인세를 인하한 국가는 지난해 4개국(그리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두배로 늘었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2년간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법인세를 올린 OECD국가가 있던 것은 한국이 세율을 올린 2018년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법인세를 인하한 국가 중 경제규모가 가장 큰 프랑스는 지난해 발표한 법인세 인하 방안에 따라 33.3%였던 법인세율을 올해 31%로 낮췄다. 연매출 2억5000만유로(약 3300억원) 이하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은 31%에서 28%로 낮아졌다. 프랑스는 2022년까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까지 추가로 인하할 계획이다.



OECD는 36개 회원국과 중국,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39개국의 세제개편 동향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내놨다. 헝가리와 네덜란드, 슬로바키아는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을 낮췄다. 호주와 칠레, 독일, 핀란드, 미국 등은 가속상각 등 감가상각 특례를 확대했다. 이탈리아는 세율 인하는 하지 않았지만 감가상각, R&D 조세지원, 이자비용 공제, 환경관련 조세 지원 등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전반적인 제도개편을 한 국가로 분류됐다. 세율 인하를 비롯해 각종 법인세 조세특례를 도입해 법인세 부담을 낮춘 것으로 분류된 국가는 39개국 중 20개국이었다. 한국은 이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법인세 인하가 경제 성장에 도움”
해외 주요국들이 기업 법인세 부담 경감에 나선 것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의 중추인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해선 과감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또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가 크지 않았던 점도 이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OECD 보고서의 세부 내용을 분석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0년 이후 OECD 평균 명목 법인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 이윤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를 촉진해 GDP 증가에 기여한다는 연구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법인세율이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 및 법인세 부담 수준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법인부담세액을 법인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1%포인트 낮추면 설비투자가 6.3%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KDI는 지난 2016년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상장기업의 법인세율이 1%포인트 인하될 경우 투자율은 0.2%포인트 증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있는 프랑스는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필리프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지난 10월 서울 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연 ‘프랑스 경제회복계획’ 간담회에서 “법인세 인하 등 강력한 개혁정책으로 해외 투자유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인세 인상은 투자와 소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 인상의 재정 및 거시경제 효과에 대한 동태적 분석’ 논문에서 법인세율이 2%포인트 오르면 총소비와 총투자는 단기적으로 각각 0.25%와 2%씩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은 지난 2018년 법인세율을 인상했다. 지방세를 포함한 최고세율이 24.2%에서 27.5%로 올랐다. 현재 OECD국가 중 법인세율이 아홉번째로 높은 나라다. 10년 전인 2011년 21위에서 순위가 크게 뛰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제의 활력이 약화되고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시점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한 것은 ‘저성장 국면진입’이라는 경제 진단과는 반대되는 처방을 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이고 성장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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