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한 줄 알았는데…"투자로 541억 날렸다"는 재벌 2세

입력 2020-12-08 10:26   수정 2021-03-08 00:01



러시아의 한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엮인 초대형 이혼 위자료 소송에서 아들이 대학 시절 트레이딩 투자를 하다 5000만달러(약 541억원)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위자료를 주지 않기 위해 재산을 은닉한게 아니라 자신이 돈을 날렸다는 얘기다.

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100대 재벌 중 하나인 파크하드 아크메도프의 아들 테무르 아크메도프(27)는 변호사를 통해 영국 법정에 이같이 주장했다.

파크하드 아크메도프는 영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 이혼 소송을 겪고 있다. 전처 타티아나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낸 소송이다.

아크메도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러시아 에너지업계에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전처 타티아나를 모스크바에서 만나 결혼한 뒤 1993년 런던으로 이주했고 2017년 영국에서 합의 이혼했다. 아크메도프는 2000년 러시아에서 이미 이혼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법원은 위자료로 4억5350만 파운드(약 6564억원)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아크메도프 전재산으로 추정되는 10억 파운드(약 1조4475억원)의 41.5%다.

이후 아크메도프는 위자료 지불을 거부했다. 타티아나는 세계 6개국에 걸쳐 위자료 소송에 나섰다. 타티나아는 아들인 테무르가 위자료 지급을 피하기 위한 자산 은닉을 주도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테무르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자금을 숨긴게 아니라 투자로 날렸다고 맞서고 있다. 테무르의 변호사는 "테무르가 런던정경대 재학 시설 데이 트레이딩 투자를 했다"며 "빠른 거래를 대충 하다 돈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러시아 거부들 중엔 상상할 수 없는 액수를 자녀들에게 아낌없이 쓰는 이들도 많다"며 "날린 돈이 거액이라는 점도 딱히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아크메도바는 러시아 국적이지만 영국 영주권을 갖고 있다. 작년 포브스지에 따르면 아크메도바의 자산 가치는 14억달러(약 1조5174억원)로 추정됐다. 미국 재무부는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839억원)를 넘으면 올리가르히로 분류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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