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4] 차바이오텍, 줄기세포 클러스터 구축…배아에서 성체까지 섭렵한다

입력 2020-12-17 10:08   수정 2021-07-11 13:20

<p> ≪이 기사는 12월 17일(10:08)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02년에 설립된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 1세대 기업이다. 제대혈은행으로 시작된 차바이오텍은 차병원의 연구진들이 쌓은 줄기세포 연구를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다른 줄기세포 개발 기업들과 다른 차바이오텍만의 강점은 산·학·연·병의 연계가 매우 자유롭다는 점이다.

차바이오텍은 차바이오그룹의 지주회사다. 차바이오그룹에는 차병원, 차의과학대학교 등이 속해 있어 기초연구부터 세포 배양, 임상과 유통까지 연계가 가능하다. 거대한 줄기세포 클러스터인 셈이다. 차바이오텍은 이런 강점을 살려 국내 최대 규모의 줄기세포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배아줄기세포 파이프라인, 조직 재생 가능한 치료제 나올까

차바이오텍의 줄기세포 파이프라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 체세포를 이용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성체줄기세포 파이프라인이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건 배아줄기세포 파이프라인이다. 차바이오텍은 국내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분화능이 가장 뛰어나 실제 ‘재생’이 가능한 줄기세포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사용이 제한돼 왔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인위적으로 배아를 수정시켜 줄기세포로 이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차바이오텍은 차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자궁외임신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폐기되는 배아들을 산모의 동의 하에 기증 받아 치료제 개발에 사용한다. 이렇게 기증 받은 배아의 배반포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대량 배양한 뒤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켜 치료제로 개발한다. 현재 배아줄기세포 파이프라인인 ‘hESC-RPE’는 유전적 요인으로 황반변성이 발생하는 스타가르트병(SMD), 나이 관련 황반변성증(AMD) 등 두 가지 적응증에 대해 국내 임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SMD는 임상 1상을 마쳤고, AMD는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차바이오텍이 개발중인 hESC-RPE에 대한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hESC-RPE 1회 투여하고 1년 뒤 최대교정시력을 측정하자 SMD 환자에서는 2.6배, AMD 환자에서는 1.6배 개선된 사례가 있었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두 적응증 모두 환자가 늘어가는 추세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탯줄·태반 유래의 성체줄기세포 효능↑ 대량 배양 가능

차바이오텍의 또 다른 파이프라인인 성체줄기세포도 다른 기업과 차별점이 있다. 바로 탯줄과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탯줄과 태반은 산모의 조직이기는 하지만 이제 막 생성된 조직이다. 생체 내 환경에 노출된 지 10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싱싱한’ 조직이기 때문에, 줄기세포 역시 본래 자신의 기능을 잘 유지하고 있다. 이런 ‘귀한’ 조직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차바이오의 클러스터 덕분이다.

탯줄과 태반의 또 다른 장점은 큰 조직이라는 점이다. 탯줄의 경우 1개월에 5㎝씩 늘어나기 시작해 임신 후기가 되면 50㎝에 이른다. 그만큼 많은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고, 조직의 부피당 줄기세포 밀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오 대표는 “하나의 탯줄에서 최소 50만 도스에서 많게는 100만 도스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며 “그만큼 균일한 품질의 치료제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주요 파이프라인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건 간헐성파생증(IC)과 중증하지허혈증(CLI)을 적응증으로 하는 ‘PLX-PAD’다. 태반에서 유래한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다. IC는 글로벌 임상 2상을 마쳤고, CLI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두 적응증 모두 팔과 다리 말단 부분에 혈류가 감소하며 조직이 괴사되는 질병이다.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심한 경우 걷는 게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3000만 명에 이르는 환자가 있는데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임상이라 결과가 좋을 경우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이 밖에 탯줄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코드스템’, 태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하는 ‘플라스템(PlaSTEM)’이 있다. 모두 이 회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 개발한 파이프라인이다.

코드스템은 퇴행성 디스크 질환 등 세 가지 질환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코드스템은 급성뇌졸중, 퇴행성 디스크 질환, 관절연골결손 등 3가지 적응증에 대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적응증 모두 50대 이상에서 흔히 발병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치료제가 제한적이거나 침습적인 외과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등의 위험이 있어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퇴행성 디스크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코드스템-DD는 지난 10월 임상 1·2a상 첫 환자의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퇴행성 디스크는 척추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연골인 추간판이 탈출해 허리나 다리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상태가 심각한 경우 뼈와 연골을 붙이는 수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환자가 고령이라 몸에 많은 부담이 가고, 또 치료 후에도 재발되는 경우도 많다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만 매년 16만~2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일시적으로 고통만 완화할 뿐이다. 코드스템-DD는 기능이 떨어진 연골세포의 능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수술없이도 척추 기능의 상당 부분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바이오텍은 자체 개발한 저산소 배양법으로 성체줄기세포를 대량배양한다. 저산소 배양은 말 그대로 산소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이다. 일정시간 저산소 상태에 줄기세포를 노출시키면 일반 상태보다 증식력이 증가하고, 손상되는 염색체 역시 감소한다. 줄기세포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배양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오 대표는 "저산소 배양법을 이용하면 하나의 공여 조직에서 수십만 명분의 치료제를 배양할 수 있다"며 "또 제품을 동결건조하기 때문에 유효 기간 역시 길어 의약품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CDMO까지 사업 확장…글로벌 시장 노린다

차바이오텍은 수십년간 쌓아온 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CDMO까지 넓힐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주요 약물 전달 시스템(DDS)인 바이러스 벡터의 CDMO 사업을 위한 750억 원의 자금조달을 마쳤다. 이중 500억 원은 미국 내 세포 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진행하는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운영 자금과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설비 투자에 쓰인다.

바이러스 벡터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등 여러 세포치료제에서 반드시 필요한 유전자 전달체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나머지 250억 원은 세포치료제 CDMO 사업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예정이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바이러스 벡터의 수요가 큰 북미 시장을 먼저 개척한 뒤 점점 더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엑소좀을 기반으로 바이오 신약을 개발 중인 엑소코바이오와 지방 유래 중간엽줄기세포은행 구축에 대한 CDMO 계약을 체결했다.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치료제, 면역세포치료제, 엑소좀 생산용 세포주 등 다양한 세포치료제를 기반으로 CDMO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7건의 CDMO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애널 평가

줄기세포 생산에서 치료까지, 전주기 사업을 영위
by 구자용 DB투자증권 연구원

세포의 대량생산과 안정적 보관기술을 기반으로 배아줄기세포 및 면역세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뇌졸중 치료제 CORDSTEM은 후기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며, 알츠하이머 치료제 PlaSTEM은 임상 1·2a를 진행중이다. NK Cell 항암제는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중이다. 줄기세포 생산에서 치료까지 전주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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