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 고소득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하이엔드(최고급) 주거시설이 잇따라 공급되고 있다. 주로 전용면적 20~30㎡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부대복리시설이 혼합된 복합단지로 조성된다. 역세권 노른자위 땅에 최고급 내·외장재를 비롯해 호텔급 커뮤니티 시설과 컨시어지 서비스로 특화한 게 공통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등장한 이들 상품이 재건축 규제로 공급이 급감한 강남권에서 ‘나홀로족’의 대체 주거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는 외관을 일반적인 사각형이 아니라 곡선 형태로 설계해 차별화했다. 내부는 광폭 ‘LDK(거실·식사공간·주방이 연결된 구조) 설계’를 통해 개방감을 키운다. 일부 가구에는 테라스를 넣는다. 단지 안에는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피트니스센터와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선다. 게스트룸, 프라이빗 라운지 같은 커뮤니티 시설을 마련하고 룸클리닝, 컨시어지 등 호텔식 서비스도 제공한다.
개발·마케팅 업체 미래인은 이달 서초구 서초동에서 하이엔드 오피스텔 ‘르피에드 인강남’을 선보인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이 단지는 지하 7층~지상 19층, 140실(전용 30~128㎡) 규모다. 건물 정면부를 아치형으로 설계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믹샬’ ‘유로모빌’과 같은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 제품을 빌트인 형태로 제공한다. 와인 보관이 가능한 와인라이브러리를 비롯해 게스트룸, 수영장, 피트니스, 요가룸, 파티룸 등이 들어선다.
부동산 개발업체 논현에스에이치는 강남구 논현동에서 ‘아츠논현’을 공급한다.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의 복합주거단지다. 도시형생활주택 42가구(전용 38~51㎡), 오피스텔 24실(전용 40~75㎡)로 이뤄진다. 한국자산신탁은 서초구 반포동에서 복합주거단지 ‘알루어 반포’를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도시형생활주택 16가구(전용 26~30㎡), 오피스텔 28실(전용 33~39㎡) 등으로 공급된다. 요진건설은 내년 2월께 강남구 신사동에서 고급 도시형 생활주택 ‘더그로브 632’(148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최상류층 사이에서는 도심에 있는 소형 하이엔드 주거시설이 오래전부터 유행하고 있다”며 “강남권에서 활동하는 젊은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주거시설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현동에 들어설 복합주거시설 ‘펜트힐 캐스케이드’와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르피에드 인문정’ 등 올 들어 분양한 하이엔드 주거시설이 모두 단기간에 주인을 찾았다.
외국계 부동산 회사도 강남권 하이엔드 주거시설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영국계 글로벌 부동산회사 나이트프랭크는 최근 강남구 역삼동에 최고급 주거용 오피스텔을 지을 계획을 밝혔다. 최준영 나이트프랭크 전무는 “국내 하이엔드 주거시설 시장은 규모나 품질 측면에서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라며 “지금껏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최상급 건축·인테리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강남권에서 소형 하이엔드 주거시설 개발 사업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강남권은 새 아파트를 지을 만한 대규모 주택 부지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디벨로퍼가 소형 하이엔드 주거시설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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