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이번 소설에서 누군가의 삶을 스쳐간 짧았던 또는 긴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여덟 작품으로 그려냈다. 특유의 미스터리한 세계관과 1인칭 주인공인 ‘나’의 시점에서 독백처럼 이어지는 감성적 필치가 다채롭게 다가온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소설 ‘돌베개에’에선 대학 2학년 시절 같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자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뒤 그가 지은 시 몇 편을 세월이 지난 뒤에도 가슴에 품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어지는 소설 ‘크림’에선 재수생 시절 피아노 학원을 같이 다녔던 여자 아이에게서 연주회 초대장을 받아 낯선 동네를 찾아간 ‘내’가 거짓 초대장에 허탈해하면서도 묘한 의문점을 가진 채 돌아오는 장면이 그려진다.
여덟 편 중에 상당수는 재즈, 팝송, 클래식 등이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에선 알토색소폰 대부인 찰리 파커가 요절하지 않고 음악활동을 계속했다면 어땠을지에 대한 상상으로 시작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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