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오스틴 법인은 2018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바로 옆 10만4089㎡ 규모 토지를 꾸준히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적은 축구장 140개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매입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오스틴시 의회에 개발 승인을 요청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 생산라인 증설 준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선 고객사 주문을 받아 회로선폭(전자가 흐르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의 폭) 14㎚(나노미터, 10억분의 1m), 28㎚, 32㎚ 등의 제품을 생산 중이다.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하는 7㎚ 이하 삼성전자 최신 라인은 국내에만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3조원)를 들여 5㎚ 최신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TSMC에 ‘미국 공장 건설’을 압박한 영향이 크다. TSMC로서는 생산 시설이 주요 고객사인 애플, AMD 등과 가까워지는 만큼 나쁘지 않은 선택이란 평가가 많았다.
TSMC의 투자와 관련, 반도체업계에선 “견제 차원에서 삼성전자도 미국 공장을 증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부지 매입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을 갖기 위한 결정이란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지를 추가 매입했고 용도변경을 신청했지만 활용방안에 대해선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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