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김봉현 거짓말에 휘둘렸나

입력 2020-12-08 17:38   수정 2020-12-09 01:36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주장해온 ‘여권 정치인 회유’ ‘짜맞추기 수사’ 등 의혹을 검찰이 사실상 거짓으로 판단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김 전 회장의 주장을 근거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다. 윤 총장의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문건’ 관련 직권남용 혐의 수사도 적법 절차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추 장관이 무리하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수사 의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봉현 주장, 대부분 거짓”
서울남부지방검찰청(검사장 이정수)은 8일 ‘라임사태 관련 검사 향응 수수 등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전담 수사팀(부장검사 김락현)을 꾸린 지 2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제기한 여섯 가지 의혹을 무혐의로 결론냈다. ‘술접대 무마’ ‘여권 정치인 회유’ ‘짜맞추기 수사’ ‘야권 인사 수사 묵살’ 등이다. 하지만 술접대 의혹 자체는 사실로 확인하고 검사 등 3명을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가 ‘여당 정치인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에게 보고한 후 조사가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변호사를 접견하기 전 김 전 회장은 이미 다른 변호인들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진술해 만기 보석으로 석방되는 전략’을 수립했다”며 “해당 의혹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사 술접대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검찰은 “담당 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변호인 등을 조사했으나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짜맞추기 수사’ 의혹은 “조사 당시 변호인이 대부분 참석했고, 수사 절차에 이의 제기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냈다.

‘라임사태 공범인 청와대 전 행정관에게 증인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는 의혹, ‘부장검사 배우자에게 선물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A부부장검사와 김 전 회장, 이 변호사 등 세 명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회장에게 536만원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다. 술자리에 동석한 B부부장검사와 C검사는 중간에 자리를 떠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술 접대에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검 “감찰부 위법수사 확인”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이날 “대검 감찰3과의 ‘판사 사찰 문건’ 수사 과정에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발견됐고, 법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검은 “한동수 감찰부장이 판사 사찰 문건을 알지 못하는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했다가, 다시 수사 참고자료로 되돌려받았다”고 했다. 사실상 수사 의뢰자인 한 감찰부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감찰부가 보고 의무를 위반한 채 윤 총장을 성명불상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도 지적했다. 대검 규정에 따르면 감찰부가 중요 수사·내사·진정 사건을 조사하거나 처리할 때는 검찰총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감찰부가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진행 상황을 법무부 관계자에게 수시로 알려준 것은 검찰청법 위반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절차상 문제가 드러나자 조남관 대검 차장은 해당 수사를 이날 서울고검에 배당했다. 법무부는 “서울고검에 배당한 대검 차장의 지시는 총장의 지시나 다름 없다”고 반박했다.

양길성/이인혁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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