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명. 지난 8일 하루 동안 수도권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다. 전체 신규 환자의 78%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의료자원은 포화 상태다. 지난달 24일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한 지 2주가 지났지만 효과는 없었다. 정부는 서울역 등에 3주간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선별진료소를 열기로 했다. 수도권에 숨어 있는 ‘조용한 전파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휴대폰 번호만 제공하면 누구나 익명으로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사생활이 노출되는 등 불이익을 당할 것이 두려워 검사를 꺼리는 사람을 배려한 조치다. 코와 입속 깊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기존 검사법은 물론 뱉은 침을 통해 검사하는 타액검사, 현장에서 30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가 활용된다. 검사법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박남춘 인천시장은 더 광범위한 검사를 요청했다. 이 지사는 “특정 지역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전원 검사하는 방식을 도입하려 한다”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판단해 가능하면 광범위하게 (검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도 긴급 전수검사를 할 때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 절차를 간소화해 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7일부터 의심 증상이나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어도 누구나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보건소·선별진료소는 주중 오후 9시까지, 주말 오후 6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지난 8일 하루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686명 늘었다.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감염자가 정점으로 치솟았던 올 2월 28일 909명 이후 가장 많은 수다. 국내 감염자는 662명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환자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 270명, 경기 218명, 인천 48명 등 수도권 환자는 536명으로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유행한 이후 가장 많았다. 해외 유입 환자를 뺀 국내 감염자도 수도권에서만 524명 나와 처음으로 500명을 넘었다.
산발적 집단감염이 속출하면서 전체 확진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서울 종로구 노래교실 관련 확진자는 27명 추가돼 189명이다. 경기 군포 제조업체(26명), 충북 청주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13명)에서 새 집단감염이 확인됐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거리두기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수도권 내 무증상감염, 잠복감염이 넓게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도권에서 코로나19 유행 확산의 폭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라며 “일상생활 전반에서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방역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시설 등은 최대한 이용을 삼가 달라”고 했다.
중환자 병상도 태부족이다.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546개 중 환자가 바로 입원 가능한 병상은 8일 기준 43개(7.9%)뿐이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12개밖에 남지 않았다. 서울시는 컨테이너를 활용해 서울의료원에 48개, 시립병원에 102개 모듈 병상을 구축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연말까지 154개 중환자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됐지만 지난 주말(5~6일) 수도권 이동량은 전주보다 소폭(0.6%) 늘었다. 장기간 고강도 거리두기에 지쳐 이동량이 더 이상 줄지 않는 정체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지현/강영연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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