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방식으로 추진된 도시정비사업 사상 처음으로 1000가구를 넘는 대단지가 성공적으로 준공된 사례가 나왔다. 한국토지신탁이 재건축 사업대행자로 나선 대전 동구 용운동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용운주공 재건축)가 그 주인공으로 이달 집들이에 나선다.
신탁 방식은 부동산 신탁사가 업무를 위임받아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공동으로 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2016년 3월 처음 도입된 후 주로 5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들이 준공됐다.
사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용운주공은 2004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아 사업이 본격화했다. 이후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다. 하지만 자금 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몇 년간 답보 상태였다. 2016년 기존 시공사와 계약이 해지되면서 사업 중단 위기까지 맞았다.
그러나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용운주공 조합은 그해 7월 한국토지신탁을 재건축 사업대행자로 선정했다. 이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연말 사업대행자 지정 고시가 난 이후 1년 만에 사업계획변경인가, 관리처분변경인가, 이주 및 철거를 마무리짓고 이듬해 12월 일반분양까지 마쳤다.
한국토지신탁이 나서면서 대형 건설사인 대림산업·대림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아파트 상품성이 향상됐다. 377만원으로 예상됐던 3.3㎡당 공사비는 327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덕분에 기존 계획에 비해 약 430억원의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사업성을 나타내는 재건축 사업 비례율도 기존 104%에서 120%로 상승했다. 비례율은 전체 분양가액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을 종전자산 평가액으로 나눈 것이다. 대체로 비례율이 높을수록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진다.
신순이 용운주공 재건축 조합장은 “한동안 멈춰 있던 사업이 신탁 방식으로 방향을 튼 뒤 급물살을 탔다”며 “당초 우려도 있었지만 한국토지신탁의 전문적인 사업관리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 정비사업은 규모가 클수록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며 “대규모 단지에서 신탁 방식 재건축을 성공한 사례가 나온 게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용운주공 재건축 사업의 성공을 발판 삼아 신탁 방식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3분기 기준 전국 19개 도시정비사업장의 사업시행자를 맡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1903가구 신축)과 관악구 신림1구역(4063가구 신축) 사업대행을 잇따라 수주했다. 두 구역 모두 사업대행자 선정 동의율이 95%를 넘었다.
정비업계에서는 한국토지신탁의 수주가 활발한 것은 풍부한 사업 노하우와 업계 1위 수준의 자금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추진 중인 사업들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마무리해 조합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며 “용운주공 성공 덕분에 수주 물량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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