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항암제업체 포티세븐 인수를 시작으로 7월 면역치료제업체 티조나세러퓨틱스, 9월엔 항암제 제약사 이뮤노메딕스를 사들이는 등 올해만 세 회사를 인수했다. 최근 5년간 길리어드가 인수 및 인허가 등에 투자한 자금은 328억달러(월스트리트저널 분석)에 이른다.
새 경쟁 업체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시장에 먼저 진출했더라도 특허 만료 등으로 복제약은 금세 나온다. 그렇다고 새 분야를 자체 개척하는 것은 지난한 데다 실패 위험도 크다. 코로나19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약업계 M&A가 활발했던 이유다. 미 제약사 애브비는 2023년 특허가 만료되는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의 뒤를 이을 차세대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지난해 보톡스로 유명한 엘러간을 630억달러에 인수했다.
3분기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M&A 규모는 올 1분기(75억달러)와 2분기(71억7000만달러)보다 다섯 배 이상 늘었다. 9월 알레르기 치료제 업체인 에이뮨테라퓨틱스를 인수한 식품업체 네슬레 등 이종업종 간 합병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6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길리어드에 합병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딜이 성사될 경우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다 갖춘 매머드급 제약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가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모티브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 수요가 곧 폭증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탈탄소’ 시대에 대비해 영국(2030년) 중국(2035년) 등을 필두로 내연기관 퇴출 데드라인을 공표하면서 자동차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 판매량 1위인 폭스바겐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유럽 렌터카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유럽카의 인수에 뛰어들었다. 유럽카를 품에 안으면 사업 포트폴리오가 렌털과 리스, 모빌리티 서비스 등으로 늘어나고 전기차 판매 창구도 확대된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자동차업계 인수 경쟁에선 업종의 경계도 사라졌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죽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알파벳(구글)과 테슬라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인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자동차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예정이다. 로봇을 화물 배송에 투입하거나 생산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박상용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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