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후끈 달아오른 보일러 시장

입력 2020-12-10 17:18   수정 2020-12-11 02:03

경기 하남에 있는 복합쇼핑시설 스타필드 하남. 이곳에 들어선 보일러 전문기업 경동나비엔의 체험형 매장은 올해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를 체험하려는 소비자가 잇따르면서 올해 1~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친환경 콘덴싱 시장 확대
국내 보일러 시장은 1990년대 성장기를 거쳐 2000년대 초 성숙기에 진입했다. 이후 건설 경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연간 120만~130만 대 시장을 형성했다. 이 가운데 80~90%가 교체 수요일 정도로 시장은 포화 상태였다. 금액 기준 시장 규모도 지난해 약 8000억원(업계 추산)으로 전년에 비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랬던 보일러 시장이 올해 달아올랐다.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통과된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이 불을 댕겼다. 이 법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한 게 골자다. 콘덴싱보일러는 물을 데운 고온의 배기가스를 바로 배출하는 대신 재활용한다. 에너지 효율이 97%로 일반 보일러 대비 최대 15%포인트 정도 높다. 가격이 20만~30만원 비싸지만 중앙 및 지방정부가 함께 20만원을 지원하는 식으로 보급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제품·서비스 차별화 경쟁
양대 보일러업체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를 비롯한 보일러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차별화한 성능 및 가격의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져나와 통상 2~3년이던 업계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최근 1년 이하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경동나비엔은 쇼핑몰을 통해 ‘나비엔 콘덴싱보일러 NCB500시리즈’ 등의 표준설치 가격을 공개하고 소비자와 가까운 파트너 대리점을 연결하는 식으로 간편한 설치를 돕고 있다. 귀뚜라미는 신제품 ‘거꾸로 뉴 콘덴싱 프리미엄’을 사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올해 말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이런 영향으로 전체 보일러 가운데 지난해 30~40%였던 콘덴싱보일러 비중이 11월 말 기준 80%선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목 쏠린 롯데 보일러
이런 가운데 롯데알미늄이 지난 10월 보일러 사업을 접기로 결정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달 31일까지만 영업하고 손을 떼겠다고 전국 120여 개 대리점에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관계사인 롯데건설의 아파트 특판용으로 버텨오다 한계에 봉착한 데 따른 결정으로 안다”고 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보일러 시장이 더 달아오르는 또 다른 이유다. 롯데의 설비와 영업권 등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적잖은 판도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일러업계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에 이어 린나이코리아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성셀틱에너시스, 알토앤대우, 롯데알미늄이 4위권에서 경합하고 있다. 업계에선 대성셀틱에너시스가 롯데 사업부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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