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특별상을 받은 소재탁·오승혁 감독의 ‘엄마의 커피’는 커피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딸이 평생 인스턴트커피만 마셔온 엄마를 위해 원두 그라인더를 선물한다. 엄마는 “뭐 이런 걸 다 선물했어? 나 이거 쓸 줄 모르는데”라며 수줍게 웃는다. 딸은 “그 후로 엄마의 커피는”이라고 말하며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결국…내가 탄다, 내가 탄다, 나만 탄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매일 엄마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눈에 다크서클이 생길 정도로 힘겹게 원두를 가는 딸의 모습이 나온다. 반전의 재미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일반부 특별상 수상자인 차인혁 감독의 ‘커피로 위로’는 과거 인기 커피 광고를 패러디해 눈길을 끌었다. 한 여성이 기념일을 챙기지 못한 남자친구와 싸운 뒤 친구에게 남자친구 험담을 한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잠시 후 누군가와 전화를 하며 “자기야. 우리 커피 한 잔 할까? 지금”이라고 말한다. 이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여성은 친구 귀에 대고 있던 게 전화기가 아니라 자신에게 줄 캔커피였음을 알아챈다. 과거 TV 광고를 통해 유행하던 위로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며 장난스럽게 커피를 건네는 친구에게 여성은 감동의 말이 아니라 ‘언제적 방식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정색한다. 위로는 장난으로 끝났지만 결국 말 한마디보다 커피 한 잔이 누군가에겐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잘 녹여냈다.
청소년부 우수상을 받은 강인하 감독의 ‘괜찮아, 처음이니까 쓴 거야’는 코로나19 시대에 일상이 된 온라인 면접을 소재로 잡았다. 졸업 후 인생 첫 면접을 준비한 남성이 반듯하고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온라인 면접을 무사히 마친다. 안도감에 방심한 나머지 옆에 있던 커피를 쏟는다. 뜨거운 커피를 닦기 위해 일어선 남성의 하체는 다름 아닌 팬티 바람이었다. 그렇게 면접에서 떨어지고 우울해하는 남성에게 친구가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말한다. “괜찮아, 처음이니까 쓴 거야.”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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