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들이 ‘친여권 인사’ 일색으로 꾸려졌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다섯 명 중 네 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지만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만 스스로 물러났을 뿐 모두 기각됐다. 결국 네 명의 친여권 인사들이 10일 징계위원회를 열면서 윤 총장에 대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의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징계위는 이날 진통 끝에 오후 들어서야 본격적인 심의를 시작해 밤늦게까지 심의를 계속했다. 윤 총장 측은 이날 기일 연기를 세 번 신청했지만 징계위는 모두 거부했다.
외부 인사로는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위원장 직무대행)와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호남 출신으로 친여권 활동을 해왔다. 전남 광양 출신인 정 교수는 진보 성향 변호사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활동했다. 현 정부 들어 검찰과거사위원회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몸담은 이력이 있다. 그는 지난 8월 범여권 인사들과 검찰개혁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해 “윤 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하고 있다” “윤 총장이 저항하는 것을 전관예우라는 틀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된다”며 윤 총장을 비판했다. 광주 출신인 안 교수도 검찰개혁위에서 활동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공천 심사위원을 맡은 경력이 있다.
검사 징계위원으로는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심재철 법무부 국장과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지명됐다. 심 국장은 윤 총장의 주요 징계청구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을 제보한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심 국장은 이날 윤 총장 측에서 기피신청을 내자 스스로 물러났다.
이날 징계위에 참석한 정 교수와 신 부장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의 주류로 급부상한 순천고 출신이다. 당연직 위원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유일한 비호남이지만, 그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변호한 적이 있어 공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날 징계위 회의는 최종적으로 네 명의 위원만 참석해 진행됐다. 징계 심의를 위해서는 과반수(네 명 이상)가 참석해야 한다는 조건을 가까스로 맞춘 것이다. 징계위원들의 면면을 따져봤을 때 윤 총장은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징계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들은 회의에서 법무부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으며 기일 연기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기록 열람·등사와 기록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도 기일 연기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징계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윤 총장 측은 또 이날 심의 전 과정을 녹음하자고 요청했으나, 징계위는 증인신문 과정에서만 녹음을 허용했다. 속기사가 전 과정을 기록한다는 이유에서다.
윤 총장 측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정한중·안진 교수 등 4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냈다. 그러자 징계위는 윤 총장 측 변호인을 내보낸 뒤 비공개 회의를 열어 이를 기각했다. 심 국장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고 징계위에서 빠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기피 신청 대상자들이 ‘셀프 심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안효주/이인혁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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