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수처는 한국사회의 상층부를 통제하는 대통령 직속의 ‘괴물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할 개연성이 높다. 입법·사법·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공수처를 견제할 장치가 전무한 데다 대통령이 수장까지 낙점할 수 있어서다. ‘힘을 빼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더니,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쥔 더 센 기구를 기어코 만들어낸 그 이중성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우월적 지위의 공수처는 ‘사건이첩 요구권’을 활용해 원전, 옵티머스 펀드사기,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같은 권력형 비리 수사 일체를 검찰에서 넘겨받아 유야무야시킬 수 있다. 정부부처·지자체·군(軍)·국가정보원 공직자는 직권남용으로, 비판적 언론과 공무원은 공무상비밀누설죄로, 판·검사는 무차별 소환으로 압박가능하다. 중국 국가감찰위원회나 북한 보위부 외에는 유사한 사례가 없는 무소불위 기구를 만들어 놓고선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한 숙원”(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한다.
법무부는 위법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도 기어이 감행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여섯 가지 징계사유를 들었지만 하나같이 함량미달이다. 오죽하면 참여연대, 경실련 같은 ‘친(親)정부 성향’ 단체들까지 중립성 훼손을 비판하고, 소위 ‘진보 판사’가 주축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문제삼기 힘들다’며 손들었을 정도다. 징계심의에 참여한 5명의 위원이 모두 ‘친추(親秋)’ 인물로 채워진 데서 정권의 바닥난 양심이 적나라하다. 징계위 개최 근거가 된 검사징계법은 여당 스스로 위헌성을 지적하며 지난 9월 개정해 내년 1월 21일부터 새 법이 시행된다. 유효기간이 한 달 남은 법으로 검찰총장을 쫓아내겠다니, 얼마나 얄팍한 발상인가.
하루 전 ‘기업규제 3법’ ‘5·18특별법’에 이은 공수처법과 검찰총장 징계 강행에서 드러난 냉혹한 권력의 모습이 오싹할 정도다. 상식을 배반하는 정권의 독주는 국민에 의해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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