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드론 활용 실사…1조원 M&A도 비대면으로 '척척'

입력 2020-12-11 17:04   수정 2020-12-12 00:5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언택트(비대면) 바람이 불고 있다. 매각 논의부터 기업 실사까지 모든 M&A 절차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는 지난 6월 소프트웨어 기업 사우전드아이스를 10억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다. 두 기업의 M&A 소식 자체도 화제였지만, 독특한 거래 방식이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M&A 과정이 철저히 비대면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CNBC는 “1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M&A 거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원격으로 진행됐다”며 “이 소식에 실리콘밸리와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드 나이팅게일 시스코 부사장은 “상대 기업 경영진과 협상 테이블에 한 번도 앉지 않고 기업 실사를 벌인 것은 처음”이라며 “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충분히 소통한 끝에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모히트 래드 사우전드아이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수개월간 시스코, 줌,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 등 다양한 화상회의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했다.

앞으로 언택트 M&A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현재 주관하고 있는 M&A의 약 95%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올 들어 미국에서 추진 중인 M&A는 333건, 약 8150억달러 규모다. 스테판 펠트고이스 골드만삭스 M&A 담당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 회의와 같은 전통적인 사업 방식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며 “M&A 풍경이 확 달라졌다”고 했다.

기업 실사에는 드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펠트고이스는 “고객들은 인수 대상 기업의 현황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한다”며 “철도부터 화학공장, 항구, 창고, 소매점까지 모든 시설을 둘러보는 데 드론이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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