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정화비용 떠안고…미군기지 12곳 돌려받아

입력 2020-12-11 17:15   수정 2020-12-12 01:04


서울 용산기지 일부와 대구 ‘캠프 워커’ 헬기장 등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미군기지 12곳이 우리 정부에 반환된다. 200만㎡ 규모의 용산기지 반환의 첫 단추가 끼워진 것으로 공원 조성 등 유휴 부지 개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한· 미 간 이견이 컸던 반환 기지 환경오염 정화 비용은 우리 측이 우선 부담하고 비용 분담을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논의와 연계한 협상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군기지 85% 반환 완료
정부는 11일 미국과 화상 회의 방식으로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 합동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반환이 결정된 미군기지는 우리 정부가 1953년 6·25 정전협정 체결 이후 주둔하기 시작한 미군에 공여한 토지다. 12개 기지의 총 면적은 146만5000㎡가량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6곳, 수도권 3곳, 지방 3곳 등이다. 이들 기지는 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으로 2010년을 전후해 단계적으로 폐쇄된 곳이다. 기지 반환과 관련한 한·미 양측 간 협의가 진행돼왔지만 환경오염 정화 비용 등에 대한 이견으로 난항을 겪었다.

반환이 지연되면서 개발 계획을 세웠던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불만이 커졌고, 개발 기대감으로 기지 주변의 토지·주택 가격이 치솟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부가 작년 이후 미국과의 기지 반환 협상에 속도를 낸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반환 대상 80개 미군기지 중 68개 기지의 반환이 완료됐다.

용산기지 반환 첫걸음
반환 기지 중 관심이 모아지는 곳은 용산기지 2개 구역(사우스포스트 내 스포츠 필드와 소프트볼경기장)이다. 면적은 5만여㎡로 전체 용산기지의 2.5%에 불과하지만 서울 중심의 공여 토지를 돌려받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체 기지를 한꺼번에 반환받을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어 구역별 상황에 따라 일부 구역을 순차적으로 반환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용산기지를 공원으로 조성할 목표를 세웠다. 당초 2027년으로 계획된 완공 목표 시기는 2030년 이후로 밀렸다.

서울 중구에 있는 극동공병단 부지에는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 외곽의 ‘캠프 킴’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3100가구의 공공주택을 지을 방침이다. 대구 ‘캠프 워커’ 헬기장 부지는 지방자치단체에 매각해 도로를 건설하고 성남골프장과 ‘캠프 잭슨’(의정부), ‘캠프 모빌’(동두천) 일부는 매각된다. 필승사격장(태백) 일부와 해병포항파견대 부지는 군에서 사용할 계획이다.
오염정화 비용 놓고 이견 여전
양국이 12곳 기지 반환에 일단 합의했지만, 반환 기지의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놓고는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군이 떠난 기지에서 맹독성 발암물질 등이 검출됐지만 미국은 소파 규정에 따라 오염 토지를 정화할 비용을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이 지연돼 온 이유도 이 비용 부담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선(先) 환수, 후(後) 협의’ 방식으로 전환한 뒤 기지를 먼저 환수해 오염 정화 작업을 하고 미국과 추후 협의해 비용을 정산할 방침이다. 작년 12월 이뤄진 ‘캠프 마켓’(부평) 등 4곳의 미군기지 반환도 이런 방식을 따랐다. 당시 반환된 4곳 기지의 오염정화 비용은 1100억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미국이 기존 입장을 굽혀 반환 기지의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가 부담하는 오염정화 비용을 분담금 일부로 상계해 미국의 일방적인 증액 압박을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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