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잠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심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11일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14일 새벽 4~5시 사이 제주 시내 한 공영주차장에서 술에 취해 차량 조수석에서 잠든 피해자 B씨(22·여)를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수사 단계부터 "성적 접촉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행위"라면서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거나, 피고인이 이를 이용해 성관계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실눈을 뜨고 피고인을 지켜보다가 피고인이 성폭행하려하자 용기를 내 '왜 동영상을 찍었느냐'며 항의했다고 진술했다"면서 "성폭행 행위에 항의하지 않고, 그 이전에 촬영된 동영상에 대해서만 항의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건 당일 오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카톡으로 'ㅋㅋㅋㅋㅋ에후. 오빠 영상 앨범에만 있었던거 맞지?'라고 했다. 이는 피해자가 성관계는 동의했지만 영상 촬영에만 항의했다는 피고인 주장에 더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사건 당시 의식을 지닌 상태에서 행동했지만 블랙아웃 증상으로 피고인과의 접촉 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로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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