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국민연금, 美 하인스와 1조 6000억원 규모 해외 부동산 조인트벤처 펀드 결성

입력 2020-12-11 01:14   수정 2020-12-11 13:18

≪이 기사는 12월11일(01:1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글로벌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투자를 위해 미국 자산운용사 하인스와 1조 6000억원 규모 조인트벤처(JV)펀드를 결성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알리안츠,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APG 등 글로벌 투자기관과의 전략적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조단위 투자를 이어가며 해외 대체투자를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핵심 입지 선점해 A급 자산 개발
국민연금과 하인스는 전 세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15억 달러(1조 6000억원) 규모 JV펀드를 설립했다고 10일(미국 현지 시간) 발표했다. 주요 대도시 내 핵심 입지에 있는 토지나 건물을 매입 후 개발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코어(Core)자산으로 만드는 ‘빌드투코어(Build to Core) 전략 펀드다. 복합시설, 주거시설, 오피스, 물류센터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한다.

국민연금은 이번 JV펀드 자금 상당 부분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인스는 투자건 발굴부터, 설계, 실행 등 투자를 주도한다. JV펀드 자금을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에쿼티(주식)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 여기에 대출 등 추가 자금 조달을 더해 50억 달러(약 5조 5000억원) 규모의 개발건에 참여할 전망이다. 하인스는 “펀드 자금의 20%를 북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자했다”며 “조만간 첫 투자건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손 잡은 하인스는 운용자산 규모가 755억 달러(약 82조원)에 달하는 대형 부동산 자산운용사다. 1957년 이후 1426개의 부동산을 인수 또는 개발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과 하인스는 2010년 베를린 소니 센터 인수, 2017년 뉴욕 원밴더빌트 빌딩 개발, 2020년 뉴욕 원매디슨애비뉴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관계를 이어왔다.



국민연금의 이번 투자는 완공된 우량 자산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코어 전략에서 한층 더 나아가 리스크(위험)를 지고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국민연금은 하인스와 함께 투자한 원밴더빌트 빌딩을 시작으로 KKR·이지스자산운용과 손 잡고 개발 중인 강남 르네상스호텔 부지 개발 등 다수의 부동산 개발건에 참여한 바 있다.

이번 펀드는 개별 건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가 아닌 블라인드 투자로 검증된 핵심 입지에 최신 기술을 반영한 다수의 고효율 자산을 개발해 안정적 배당수익 뿐 아니라 가치 상승을 통한 매각차익까지 노린다는 것이 국민연금 측의 설명이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상업용 부동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 펀드는 부동산 개발의 최신 기술과 결합한 생활 환경, 소비자 행동과 공간 사용 유형의 변화를 활용하는 장기 전략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동맹’ 통해 우량 투자건 선점
이번 투자는 국민연금에게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하인스는 전 세계 225개 도시에 있는 하인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투자 기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인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만 165개, 관리 중인 부동산만 576개에 달한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에 있어 전문성을 지닌 하인스가 딜 소싱(발굴)에서 설계, 실행까지 도우며 국민연금의 ‘딜 소싱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해외 대체투자 딜 소싱 파이프라인 구축은 2018년 말 취임한 안 CIO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과제다. 매년 늘어나는 해외 투자 수요에 대응해 우량 투자건을 선점하기 위해선 전문성과 영향력을 갖춘 글로벌 투자기관과의 ‘전략적 동맹’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네덜란드 연기금 APG와 유럽 및 범아시아 지역 실물자산 공동 투자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포르투갈 고속도로, 호주 기숙사 등 조단위 투자에 참여했다. 6월엔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 그룹과 아시아 주요 도시 랜드마크 부동산에 투자하는 2조 8000억원 규모 JV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9월 말 기준 기금 규모가 785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기금 수익률을 높이고, 포트폴리오 전반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전체 투자 자산의 12% 수준인 대체투자 비중을 2025년까지 15%로 늘릴 계획이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700조원대에서 1000조원대로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90조원 규모인 대체투자 규모는 5년 내에 150조원 안팎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매년 만기가 돌아와 재투자되는 자금을 감안하면 1년에 15조~20조원 가량의 신규 대체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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