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 측은 심 국장이 “규정을 잠탈(潛脫)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소 의결정족수 규정을 통과하기 위해 교묘한 수를 부렸다는게 윤 총장 측의 주장이다. 반면 징계위 측은 “윤 총장 측이 기피신청권을 남용했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느쪽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관련 법률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자세히 따져봤다.
먼저 검사징계법에선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이 있을 때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한다. 이 경우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위원)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0일 출석한 위원은 모두 5명. 심재철 국장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 안진 전남대 교수 등이다. 따라서 윤 총장측이 제기한 기피신청을 의결하는데 필요한 최소 정족수는 ‘3명’이 된다. 윤 총장 측은 신성식 부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검사징계법만 따져보면 심재철 국장의 행보가 특별히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이용구 차관에 대한 기피신청 의결의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차관은 당사자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심재철 국장, 신성식 부장, 정한중 교수, 안진 교수 4명이 표결할 수 있다. 만약 심재철 국장이 표결 전에 사퇴했더라도 여전히 3명이 남는다. ‘매직넘버 3’ 기준을 충족한다는 의미다.
가령 윤 총장 측이 이용구 차관과 안진 교수에 대해 같은 이유를 제시하며 기피신청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위 판례에 따르면 이 차관에 대한 기피신청 의결 과정에 안 교수도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남는 사람은 심재철 국장, 신성식 부장, 정한중 교수 세사람 뿐이다. 여기서 만약 심재철 국장이 표결 전에 심의 참여를 회피했다면? 최소 의결정족수 3명이 무너지는 셈이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가 비판하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심 국장이 기피신청 의결이 파행되는 사태를 막고자 ‘선투표 후사퇴’라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변호사는 총 4명의 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하면서, 개별 위원별 기피사유를 적어내는 동시에 ‘2명의 위원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와 ‘3명의 위원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회피한 위원(심 국장)은 기피사유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므로 기피신청 의결절차에 참여하지 않고 처음부터 절차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며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에 관한 규정을 잠탈해 위법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피신청권 남용의 경우 기피신청의 대상이 된 징계위원이 기피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명시했다. 피징계자가 징계위를 파행시킬 목적으로 모든 징계위원들에 대해 동일한 이유로 기피신청을 하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에서 기피신청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윤 총장 측은 위원들에 대해 기피신청을 하면서 ‘3명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도 제시했다. 이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5명 중 3명이라면 ‘징계위원 전원 또는 대부분’에 대해 동시에 기피신청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명 중 2명에 대해 공통사유를 제시해 기피신청을 한 것도 기피신청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 징계위도 윤 총장 측이 신청한 ‘3명 공통 기피 사유’에 대해선 기피신청권 남용을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각각 기피 사유’와 ‘2명 공통 기피 사유’에 대해선 기피신청권 남용이 아닌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하고 윤 총장이 이에 불복해 소송전을 펼치는 그림이 그려진다면, 행정소송 단계에서 이 같은 절차적 위법성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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