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켐스 한솔홈데코 등 남는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11일 일제히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화학 기업인 휴켐스는 11일 1.47% 오른 2만4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휴켐스는 자동차나 건축에 쓰이는 부자재를 만들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저감시설을 설치했다. 지난 3분기에는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3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는 4분기에는 탄소배출권 판매 증가로 영업이익이 직전분기보다 74% 증가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휴켐스의 탄소배출권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부터 기업이 돈을 내고 구매하는 탄소배출권이 3배 이상 증가하면서 배출권 가격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탄소배출권 거래 지침에 따라 내년부터 2025년까지 배출권거래제 3기가 시행된다. 1기(2015~2017년)에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 받은 기업들은 2기(2018~2020년)부터 배출권 중 3%는 돈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3기부터는 이 비중이 10%로 늘어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기 제도로 배출권의 수급이 타이트해진다"며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업체는 배출권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배출권 시장이 성장하는 점도 휴켐스에 호재다. 한국 시장은 유럽연합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올해는 하루 평균 28억3900만원어치의 배출권이 거래됐다. 배출양으로는 하루 91.4t이 거래돼 5년 새 18배 가까이 증가했다. 배출권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5년 7860원이던 가격은지난 4월 4만500원까지 올랐다.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19 불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떨어졌지만, 경기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면 배출권 가격도 다시 오를 전망이다.
한솔홈데코는 나무를 심어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판매한다. 본업은 건축에 쓰이는 섬유판, 인테리어 재료 생산이지만, 자회사인 한솔뉴질랜드가 숲을 조성하는 사업도 시행 중이다. 뉴질랜드 정부에서 조림 탄소배출권을 승인받아 뉴질랜드 탄소배출권 리스회사에 판매 중이다. 2031년까지 720만뉴질랜드달러(약 55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익산공장에서는 폐목재에서 나오는 스팀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11일 2.55% 오른 2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도 정밀화학 기업인 그린케미칼은 30% 올라 상한가인 8580원으로 마감했다.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소재로 만드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전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온실가스 저감 장치를 만드는 에코프로, 환경오염 방지 시설 기업인 KC코트렐은 각각 4.53%, 4.57% 올랐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10월에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차례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정부도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7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전략’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여름 제너럴모터스(GM)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은 EU(유럽연합)의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테슬라에게 탄소배출권을 구매했다. 테슬라의 탄소배출권 수익은 2분기 기준 4억2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수익이 없었다면 테슬라는 올해 2분기 3억14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다. 3분기에는 3억 9700만달러로 매출의 5%를 차지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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