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24에서 포드는 이변을 일으킨다. 마일스는 밤낮없이 달렸고 경쟁자인 페라리의 선수는 빗길에 미끄러져 탈락하고 만다. 1~3위는 모두 포드 팀, 그중 선두는 마일스였다. 우승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비브가 또다시 훼방을 놓는다. “1~3위를 함께 결승선에 들어오게 하자”고 헨리 포드 2세를 설득한다. ‘그림이 되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헨리 포드 2세는 이를 받아들였고 셸비는 마일스에게 “원하는 선택을 하라”고 한다. 늘 그랬듯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기를 바라면서.
마일스는 울분을 토하듯 도로를 질주한다. 자신의 기록도 갈아치웠다. 그러나 우승을 코앞에 둔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한다. 뒤처져 있던 두 차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비브의 계획대로 세 팀은 결승선을 함께 끊는다. 그러나 우승자는 마일스가 아니었다. 비브 팀의 선수가 출발시간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포드는 영화에서처럼 1966년 실제 페라리를 제치고 르망24에서 1~3위를 차지한다.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포드’가 적힌 레이싱카 세 대가 결승선을 끊는 모습은 전 세계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마일스는 그 뒤에도 셸비와 함께 자동차 개발 테스트를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도로 위에서 세상을 떠났다. 역사적인 기업의 승리 뒤에 역설적으로 경쟁을 포기한 개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잘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베블런 효과’와 ‘스놉 효과’로 설명한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허영심 또는 과시욕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일반 재화와 다르게 움직인다. 미국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위 계층의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이뤄진다”고 적은 데서 유래했다. <그림>의 위쪽 그래프는 일반적인 재화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도 떨어진다. 아래쪽 그래프는 베블런 효과의 대상인 사치재다. 가격이 오르는데 수요가 오르는 역현상이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샤넬백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백화점에선 개점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셔터를 올리자마자 샤넬 매장으로 떼 지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샤넬은 해마다 국내에서 명품백 가격을 올렸지만 그때마다 수요는 더 늘었다. 이런 현상이 베블런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포드보다 페라리에 더 끌리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당연하다. 지난해 기준 페라리의 연간 판매 대수는 약 1만대로, 포드(550만 대)의 50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춘 포드는 가성비가 좋다. 대신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페라리는 웬만한 샐러리맨 월급으로는 사기 어렵다. 게다가 인기 모델은 구입하고도 1년여를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나만 탈 수 있는 차’의 조건에 이보다 부합하는 차도 얼마 없을 것이다.
정소람 한국경제신문 기자 ram@hankyung.com
② 이른바 하이엔드(high-end) 소비자를 겨냥하는 명품전략과 대중성을 내세워 최대한 판매량을 늘리려는 주류(mainstream)전략 가운데 어느 쪽이 기업 경영에 더 유리할까.
③ 올해 상반기 자동차 생산 세계 4위에 오른 한국이 세계 최강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1(F1)에서 우승하는 스포츠카나 수억원대 명품 스포츠카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