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이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950명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들의 큰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방역 강화 조치를 거듭하고서도 코로나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지 못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불과 사흘 전인 코로나 수도권 방역 상황 긴급 점검' 화상회의에 '터널의 끝'을 무려 세 번이나 언급하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역대 최고 수치로 확진자 수가 집계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지난 2월과 3월, 10월에도 연이어 자신감을 비쳤으나 되레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확진자가 급속히 퍼지면서 방역당국은 이번이 '3차 대유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확산세는 규모나 속도 면에서 1, 2차의 두배 이상이다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도 '3단계'로 격상될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또한 3단계 격상을 언급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긴급방역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방역이 무너지면 민생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매우 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처럼 긴박해지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발언이 회자됐다. 문 대통령은 "정부 방역 역량을 믿어달라"며 백신과 치료제를 통한 코로나19 종식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사흘뒤인 이날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실로 방역 비상상황"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전국 곳곳 일상 공간에서 감염과 전파가 늘어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다. 불안과 걱정이 클 국민들을 생각하니 면목 없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을 믿고 특단의 조치를 집중적으로 시행하여 지금의 중대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는 무수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의 고비도 반드시 슬기롭게 이겨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국민들께서도 확실한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하며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확진자가 대폭 늘고 중환자도 늘어남에 따라 병상확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치료할 곳이 없어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결코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3월에는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날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다.
지난 10월에는 "최근 방역 상황이 서서히 안정화되며 소비와 내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코로나19 재확산의 위기를 넘기며 지난주부터 시행한 방역 완화 조치가 소비와 경제 활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곧장 확진자가 세자릿수로 늘었다.
이날 확진자 수가 발표된 이후 야권에선 정부의 무능함이 코로나19 방역을 실패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바로 제기됐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위기 때마다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또 그러한 국민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여기까지 버텨왔던 것이 사실상 K-방역의 실체가 아닌가"라며 "K-방역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일순간에 무너질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락다운(봉쇄) 수준의 조치다. 의료체계 붕괴 위험에 직면한 경우다. 전국적 대유행시에 실시된다. 전국 주평균 확진자가 800~100명 이상이거나 2.5단계 상황에서 더블링(두배) 등 급격한 환자 증가가 나타나는 게 요건이다. 원칙적으로 집게 머무르며 다른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