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산속에 30년 넘게 홀로 살아온 아가야 리코바(76)를 두고 네티즌들의 우려가 커지자 러시아 부호가 나섰다.
13일 모스크바타임즈와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은 러시아의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인 루살의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이 혹한을 앞두고 거액을 들여 리코바를 위한 새 집을 마련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집은 코로나 방역시설과 보온 시설을 갖춘 형태로 러시아 남부 도시 아바칸에서 지어진 뒤 18개 블럭으로 나뉘어 리코바가 사는 시베리아 산 속까지 공수될 예정이다.
리코바는 70평생을 세상과 단절된 시베리아 오지 한복판에서 살아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여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탔다.
리코바 가족은 러시아 정교회 한 분파의 신도들로 1936년 스탈린의 종교 탄압을 피해 시베리아 남부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리코바는 그곳 오두막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이들 가족은 2차세계 대전이 벌어지고 이후 스탈린이 사망한 것도 전혀 모른채 세상과 단절돼서 살았다. 가장 가까운 도시가 250km 떨어져 있고, 겨울에는 영하 50도 이하로 내려가는 혹한의 땅에서 이들은 아생동물들의 위협을 버텨내며 수렵과 채취로 생계를 유지했다.
이들 가족은 1978년 러시아 지리학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이들의 거처를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까지 제작되는 등 유명해졌다. 러시아 정부도 지원에 나섰지만 이들 가족은 산 밖으로 나오는 것을 거부했다. 가끔씩 방문하는 지자체 관계자와 구호단체 직원 등이 이들이 세계와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리코바는 아버지와 형제들이 죽고 나서는 1988년부터 30년 넘게 홀로 지내고 있다.
최근 리코바가 다시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러시아의 유명 SNS 인플루언서인 아리나 슈마코바가 리코바를 찾아 온라인 중계를 하면서다. 슈마코바가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리코바와 대화를 나누고 포옹하자 네티즌들 사이에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유명세를 얻으려 그녀의 삶을 방해했다"는 등의 비판이 고조됐다.
수년간 리코바 생활 지원 업무를 맡아온 현지 공무원은 "그녀의 건강 상태와 연령 등을 감안하면 세심한 관리와 보살핌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대인에게 만연한 질병이나 바이러스가 세상과 격리돼있던 리코바에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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