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대를 관광지구로 개발하는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부터 그렇다. 정부가 환경단체, 지역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한 상생조정기구를 구성해 올 6월부터 일곱 차례 전체회의, 20여 차례 소그룹 회의 및 현지조사 등을 통해 도출한 논의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조정기구는 하동군 사업계획안에 대해 원안 폐기, 원안 추진, 보완 검토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했을 뿐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관계부처는 하동군이 요청한 ‘산지관리법’ 및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조정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규제특례 시범사례’로 선정된 이 사업이 좌초한 것은 환경단체들의 반발 탓이다. 이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반달가슴곰이 사는 지리산을 개발하면 안 된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충전식 전기열차로 공중에 전력공급선이나 선로 주변에 전신주 등 별도 구조물이 필요 없다는 설득도 소용없었다.
환경단체들이 지역관광 활성화 사업을 무산시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함양·산청 등이 지리산 케이블카 건립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도 배후에 환경단체가 있었다. 환경단체가 무슨 거부권을 가진 것도 아닌데 ‘정부 위에 있다’는 듯이 군림하고 있다.
정부가 한걸음 모델의 또 다른 우선과제로 선정한 농어촌 빈집 활용 공유숙박은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도심의 내국인 공유숙박도 영업 일수 제한 문제로 기존 숙박업자와 신규 사업자 간 갈등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원칙도 없이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식의 조정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치게 만들기 십상임을 보여준다. 환경을 까다롭게 따지는 선진국에서도 산림관광은 널리 확대되고 있다. 오직 반대만 하는 환경단체에 마냥 끌려다닐 수는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갈등 조정의 분명한 원칙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