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와 과징금만 부과해도 되는 사안에 과도한 형사처벌을 가해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힘든 기업의 숨통을 죄고, 기업인의 경영 의욕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조사한 결과, 21대 국회 출범 후 가결됐거나 국회를 장악한 여당이 입법과제로 정해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되는 기업 관련 법안은 25개였다. 지난 9일 가결된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고용보험법 등을 비롯해 부정경쟁방지법 등 20개 개정안이 통과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해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5개는 대기 중이다. 이 중 18개 법안이 기업과 기업인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신설된 징역형을 합산하면 62년, 과징금은 10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통과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선 법 위반 시 과징금 규모를 기존의 두 배로 늘렸다.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과징금 상한을 기존 2억원에서 매출의 5% 수준까지 올렸다.
이에 더해 여당이 입법을 준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3법은 ‘메가톤급 기업징벌법’이라는 평가다. 내년 1월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산업안전 및 보건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통상 상한선을 두는 기존 법과 달리 징역형의 하한을 규정해 처벌 수위의 제한을 없앴다. 내년 1분기 통과가 유력한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 배상 책임을 사실상 무한대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