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뉴욕 증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지수는 0.6% 내렸으며 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0%, 0.7% 하락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지수는 1% 내에서 움직였고 주간 변동폭을 봐도 2.2%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지수가 하루 1% 이상 널뛴 날이 109거래일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매우 차분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연말 휴가철을 맞아 올해 북을 클로징(거래를 끝낸 곳)들이 많아 거래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코로나 사망자가 하루 3000명(11일 기준 3309명)을 넘을 정도로 현실은 악화되고 있지만, 주가는 내년 2분기 백신으로 인한 경제 정상화를 감안해 미리 오른 상황이어서 당분간 박스권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 11일 금요일 증시도 혼조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 지수는 0.16% 올랐지만 S&P 500 지수는 0.13%, 나스닥 지수는 0.23% 하락했습니다. 여전히 미국 의회의 부양책 협상,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관련 미래관계 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늘어지고 있는 탓입니다.
하지만 이번 주 장세는 지난주와 다를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매우 중요한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주에 있을 이벤트가 연말 장세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합니다. 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 선거가 이뤄집니다. 538명에 달하는 선거인단은 각 주별로 모여 투표합니다. 투표는 낮 12시나 오후 2시께 시작돼 1시간 내에 끝납니다. 현재 주별 개표 인증 결과에 따르면 조 바이든 당선인이 과반수 270명을 훌쩍 넘은 306명, 트럼프 대통령이 232명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과거 같으면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는 요식행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트럼프가 불복하면서 합법적 승자를 확정지을 중요한 단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소위 '신의 없는 선거인'(faithless elector)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부 선거인이 해당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만 매우 드뭅니다. 게다가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7월 선거인단이 주별 선거 결과를 따라야 하며 불복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만장일치로 판결했습니다.
선거인단 투표가 예상대로 마무리되면 트럼프의 불복은 확연히 힘을 잃을 것입니다.
②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 시작
연방 상원의원 두 석을 놓고 조지아의 결선투표 사전투표가 14일 시작됩니다. 조지아는 지난 20년간 민주당 출신 상원의원이 없었던 주입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인에게 승리를 안겨줬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의 존 오소프 후보와 라파엘 워녹 후보가 공화당 후보 데이비드 퍼듀와 켈리 로플러를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선거에 지난 대선만큼 사람들이 몰려들어 투표할 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결과 예측이 어렵습니다. 월가의 기본적 전망은 공화당이 최소 1석은 확보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만약 민주당의 오소프와 워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연방 상원의 의석을 나눠 갖게 됩니다. 이럴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 사실상 민주당이 의회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증세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민주당이 조지아 2석을 이길 경우에도 정치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캐스팅 보트를 통해 증세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긴 하지만 에너지 금융 등 기업 규제 강화라든가, 재정지출 확대 등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③ 백신 접종 시작
지난 11일 미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의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 승인을 내줬습니다. 이에 따라 화이자의 백신은 14일부터 본격적으로 미 전역에 보급됩니다. 배포 물량은 290만 회 분으로 시차를 두고 14일 145곳, 15일 425곳, 16일 66곳으로 운송됩니다. 백신 물량은 이날부터 의사·간호사 등 의료업 종사자와 요양시설 입소자 등에게 접종될 예정입니다.
미국에서의 백신 접종 개시는 증시의 하락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15~16일에는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합니다. 결과는 16일 오후 2시, 한국시간 17일 새벽 4시에 공개됩니다.
시장은 Fed가 채권 매입 정책에 변화를 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현재 1200억 달러(국채 800억 달러, 모기지 400억 달러)인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사들이는 채권의 만기를 장기화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Fed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인 고용이 지난 11월 24만5000명 증가에 그치는 등 예상보다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 미 의회가 코로나19 추가 부양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 올해 말로 종료되는 다섯 개 긴급대출 기구로 인한 시장 변동 가능성을 보완할 필요 등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Fed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더 많습니다. 11월 FOMC 의사록에 "몇몇 참여자들이 단기에 자산 매입 가이던스를 변화시키는 것을 꺼려한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국채 금리가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1%대 이하에서 안정되어 있습니다. 금융시장은 Fed가 현재의 통화정책으로도 충분히 안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시장 예측이 엇갈려있기 때문에 Fed가 어떤 결정을 내놓아도 시장이 반응할 여지가 있습니다.일부에선 Fed가 이 회의에서 행동하지 않으면 금리가 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프리야 미스라 글로벌 금리전략 헤드는 "만약 Fed가 12월 회의에서 아무 것도 없이 회의를 끝내면 순식간에 금리가 1.20~1.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자산매입 지속 및 종료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 매입 규모 확대 등을 취하긴 어렵지만 Fed가 시장 기대도 무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FDA가 자문그룹 회의를 열고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을 내줄 것인 지 논의합니다. 이 논의에서 승인을 자문하면 이번 주 안에 모더나의 백신도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모더나의 백신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큽니다. 화이자의 백신처럼 영하 70도 이하에서 보관할 필요가 없어 유통이 쉽기 때문입니다. 모더나측은 연내에 2000만회 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모더나의 주가는 11월 백신 결과 발표 이후 두 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예정된 일이긴 하지만, 실제 백신 접종은 바이러스가 통제될 수 있다는 긍정적 투자 심리를 다시 한 번 자극할 수 있습니다.
① 네마녀의 날
18일은 주식과 지수 선물·옵션 만기가 겹치는 이른바 '네 마녀의 날'입니다. 최근 개별 주식옵션 거래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폭증한 만큼 이번 주 초반 증시 움직임에 따라 이날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② 테슬라의 S&P 500지수 편입 하루 전
테슬라는 오는 21일자로 S&P 500 지수에 편입니다. 18일은 편입을 앞둔 마지막 거래일입니다. 패시스 펀드 입장에선 이론적으로 이날 종가로 편입하는 게 지수를 따라가기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테슬라는 편입되면 지수 내에서 1.5% 비중을 갖게 됩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현재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펀드들의 자산은 11조2000억 달러 이상이며 지수를 쫓는 인덱스 펀드만 약 4조6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테슬라의 유동주식(일론 머스크의 지분을 제외)은 4370억 달러 규모로 S&P 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거래 수요 물량만 727억 달러에 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유통주식수로 따지면 거의 15%를 넘습니다.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테슬라 편입으로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2.1에서 23.5로 높아진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거대한 물량의 매수가 단 하루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고, 테슬라를 당장 사지 않는 곳들도 있을 겁니다. JP모간의 라이언 브링크먼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S&P 500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지만 그 비중만큼 테슬라 지분을 확대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또 증권사 샌포드 번스타인은 "지난 달 16일 테슬라의 지수 편입 소식이 발표된 뒤 2000억 달러 넘게 시가총액이 증가한 감안하면 이미 상당수 펀드가 리포지셔닝(편입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매도를 추천했습니다. 또 그동안 S&P 500 지수에 편입됐던 50개 대형주를 분석한 결과 지수 편입 이후 몇 주 혹은 몇 달간은 평균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야후가 대표적입니다. S&P는 지난 1999년 11월30일 일주일 후 야후를 지수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야후는 하루 24% 폭등한 것을 포함해 5거래일간 64% 상승했습니다. 12월 31일까지 따지면 한 달 만에 103%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야후의 주가는 2000년 86 %, 2001년 41 %, 2001년 8% 하락했습니다.
테슬라를 편입한다는 얘기는 다른 S&P 500 편입 종목을 팔아야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테슬라가 들어가면서 빠지는 종목은 시가총액 60억 달러 규모의 아파트먼트 인베스트먼트(AI)입니다. 이 종목 외에 많은 종목의 매각이 이뤄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생길 수 있음을 뜻합니다.
③ 미 정치권의 부양책 협상
미 정치권은 추가 부양책 협상도 이날이 사실상 마지막 날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최근 연내 타결 가능성을 높이는 듯했지만, 또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공화당은 코로나와 관련해 기업 등에 면책특권을 주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고, 민주당은 주·지방정부 지원안 포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는 2021 회계년도 예산안과 함께 부양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지난 주 일주일간 협상기한을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주가 크리스마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연기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부양책이 연내 타결되지 않으면 금융시장은 일시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11월 말부터 시장이 연내 부양책 타결 가능성을 반영해 오른 만큼, 되돌림 압력도 높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달러와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격한 반전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달러화 하락으로 인해 소위 경기민감주와 낙폭과대주가 오르는 '리커버리 트레이드' 흐름이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하지만 부양책이 좌초되고 달러 가치가 반등한다면 이런 흐름을 바뀔 수도 있습니다.
또 언제 타결될지는 모르겠지만 브렉시트 관련 영국과 유럽연합(EU)간 미래관계 협상도 이번주 지속됩니다. 영국과 EU는 지난 13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했지만, 예상대로 합의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협상을 조금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월가의 LPL리서치에 따르면 12월은 한 해 두 번째로 수익률이 높은 달입니다. 하지만 한 달 내내 수익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12월 중순 께부터 상승장이 본격화됩니다. 많은 일이 발생했던 2020년 12월도 그렇게 마무리될 지 기대됩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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