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 명예회장 오늘 1주기…사내 영상으로 추모

입력 2020-12-14 09:00   수정 2020-12-14 09:45


14일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LG그룹 임직원들이 사내방송 영상을 보며 고인을 조용히 추모했다.

LG에 따르면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LG는 사내방송을 통해 혁신과 고객가치 경영 선도 등 기업가로서의 구자경 회장의 삶을 담은 영상을 방영하고, 임직원들이 차분하게 추모할 수 있도록 했다.

약 10분 길이의 추모영상은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불굴의 도전과 개척정신은 바로 미래 지향적인 진취심에서 나온다' '미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뛰는 것이 바로 기업활동' 등 구자경 회장이 평소 강조한 경영철학을 주제로 했다.

구자경 회장은 1970년 회장 취임 이후 25년간 한결같이 '도전과 혁신'을 강조하며 LG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끈 '혁신의 전도자'이자, 대한민국 화학·전자 산업의 뿌리를 일군 기업가였다고 LG는 영상에서 설명했다.

특히 '강토소국 기술대국'의 신념으로 1979년 민간연구소 1호인 '럭키중앙연구소'를 시작으로 회장 재임기간 70여개 연구소를 설립하며 우리나라의 화학, 전자 산업의 중흥을 이끌고, 락희화학과 금성사의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이처럼 구자경 회장은 투명경영을 선도하고, 전문경영인을 육성해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등 LG가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모 영상에는 이와 함께 '인간존중 경영'과 당시 개념 조차 생소했던 '고객가치 경영'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선포하며 변화를 이끌어 가는 한편, 무한경쟁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무고(無故)' 승계를 택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줌과 동시에 큰 귀감이 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추모 영상에는 고 구자경 회장을 회상하는 전직 LG최고경영인들의 인터뷰도 담겼다.

LG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한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우리나라 전자산업과 화학산업의 기초를 상남 회장님 계신 그 기간에 LG가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문호 LG공익재단 이사장은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개선을 생각하신 분"이라며 "회사를 경영하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의 생활을 윤택하고 잘 살게 하는 방법을 늘 생각하셨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한국경영학회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은 공동으로 구자경 회장의 1주기를 앞두고 고인의 기업가 정신을 기리기 위한 메모리얼 워크샵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박헌준 연세대 명예교수와 김희천 고려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구자경 회장의 '고객 중심' '인간 존중' 등 경영 이념이 오늘날 LG에 미친 영향과 자율경영체제, 컨센서스 미팅, 전문경영인 양성 프로그램 도입 등 혁신을 통한 경영 선진화를 주도하며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킨 여정 등을 연구 결과로 공유했다.

당시 패널로 참석했던 이영면 한국경영학회장은 "1992년 구자경 회장님이 기금을 출연해 만들어진 '상남경영학자상'은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영학자상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며 구자경 회장과 경영학회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향년 94세로 별세한 고 구자경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명예회장의 6남4녀 중 장남으로 1925년에 태어났다. 1945년 진주사범학교 졸업 후 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다 1950년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이사로 취임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1969년 말 부친이 타계하면서 이듬해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경영수업 20년만이었다. 이후 25년간 LG그룹을 이끌면서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구자경 회장은 1995년 2월 그룹 총수 자리를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승계했다.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15년까지 LG복지재단 이사장직은 유지하며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왔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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