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자문에 응할 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기업들과 함께 가는 ‘사내변호사’가 돼야 합니다.”
지난 11일 만난 법무법인 세움의 정호석 대표변호사(44·사법연수원 38기·사진)는 젊은 창업가나 스타트업을 대하는 자세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들 기업엔 투자유치와 계약 체결, 매각, 기업공개 등 모든 법률 이슈가 처음 경험하는 것투성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세움은 스타트업들의 단계별 성장 과정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들이 ‘J커브’를 그리며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들어설 때까지 우리가 사내변호사라는 마음가짐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자문 변호사들 사이에선 ‘선구자’로 통한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공대를 나온 정 대표는 2009년 대형 로펌인 세종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큰 로펌에선 대기업이나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거래에 자문을 제공할 기회가 많았지만, 대신 의뢰인들에게 휘둘리며 업무를 주도하긴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2012년 초 엔젤투자를 받게 된 교육 스타트업 노리에의 자문을 맡은 것이 전환점이 됐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은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할 일이 많은데 신생 회사에 법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같은 해 5월 그는 스타트업 및 정보기술(IT) 기업 대상 전문 로펌인 세움을 차렸다. 업계 전문가들의 추천과 입소문으로 일감이 조금씩 늘어가던 중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2013년 번개장터가 네이버에 매각될 당시, 번개장터 투자자들의 추천으로 매도자 측 자문을 맡았다. 네이버는 거래가 종결된 뒤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정 대표는 “네이버가 세움의 실력을 높게 평가한 덕분에 이후 네이버의 물류 스타트업 인수 자문을 맡게 됐고, 이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세움은 이후로도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자문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최근 몇년 새 스타트업계에서 창업주와 재무적 투자자(FI) 간의 갈등으로 인해 스타트업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간 계약서에 대해 "계약은 합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지 특별히 일방 당사자에 유·불리한 조항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특별상환권이나 주식매수청구권 등 창업주에게 일종의 연대보증처럼 작용하는 조항이라든가, 잔여재산 분배 청구권 조항 등의 경우 면밀히 합의해서 회사에 독소조항이 되지 않도록 검토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설립 9년째를 맞은 세움은 현재 변호사가 18명(파트너변호사 6명)으로 늘었다. 최근엔 세계적인 법률전문지 아시아로(Asialaw)가 선정한 국내 TNT(테크·텔레커뮤니케이션스) 분야 추천 로펌으로 화우·세종·율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 대표 개인도 국제 금융·법률 전문매체 IFLR1000과 아시아로가 선정한 기업 인수합병(M&A) 분야 ‘리딩로이어(leading lawyer)’로 뽑혔다. 그는 “올해 코로나19에도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며 추가 인력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행복하게’ 열정을 다할 변호사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인재로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안효주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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