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속 난민 안 막은 거의 유일한 나라"

입력 2020-12-14 16:28   수정 2020-12-14 16:30

유엔난민기구(UNHCR)가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단 한 번도 난민 유입을 막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정부에 감사 의사를 표했다. 여론조사에서 난민 수용 찬성 비율이 2년새 9% 올랐다는 점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제임스 린치 UNHCR 한국대표부 대표는 14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난민을 돕고 지원하는 데 힘쓰는 ‘난민 친화적인’ 국가”라며 “적극적으로 난민 수용에 힘쓴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린치 대표는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이후 시민 인식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뀌기도 했다”고도 강조했다. UNHCR이 지난달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난민 수용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3%였다. 이는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명이 들어왔을 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의 찬성 의견(24%)과 비교해 9%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하지만 동시에 반대 비율도 2018년(53%)과 비교해 3%포인트 오른 56%를 기록했다.

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정우성씨도 화상으로 참석해 제주 예멘 난민 정착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정 씨는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제주 난민은 우리 사회에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다”며 “이들이 2년이란 기간 각자 삶에 충실하고 한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린치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이 반(反)난민 정책을 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올 초 이후 난민에게 국경의 문을 열어놨다”며 “난민 정책과 지원에 모범적인 국가”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1992년 난민의 지위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한 뒤 2013년 아시아 국가중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시행했다. 난민협약은 모든 난민이 차별 없이 보호받아야 하고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가에 송환이 금지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UNHCR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낸 난민 후원금은 4700만달러(약 512억 원)가 넘는다. 최근 정부는 미얀마 로힝야 난민을 위해 1000만달러(약 109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에 정식 체류 허가를 받은 난민은 3406명이다. 린치 대표는 “올해는 유엔난민기구 창설 70주년인 동시에 6·25전쟁 70주년인 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도 난민이나 실향민이 된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온 난민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의료와 생계 지원이 필요하다”며 “앞서 정착한 난민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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