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박혜윤 대표(사진)는 2007년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마플, 마켓플레이스의 줄임말이다. 박 대표는 소비자가 원하는 거면 뭐든지 맞춤으로 만들어줬다.
마플의 이런 경쟁력은 디지털 창작자(크리에이터) 전성시대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이 팬에게 ‘나만의 것’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다. 마플이 지난 3월 크리에이터를 위한 굿즈(상품) 플랫폼인 마플샵을 개설한 배경이다. 박 대표로선 ‘제2의 창업’이다. 벤처캐피털 등은 이런 마플의 경쟁력에 올해만 100억원을 베팅(투자)했다.
인터넷 방송, 게임, 웹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면서 주문 제작 시장은 급팽창 중이다. MZ세대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굿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스스로 크리에이터가 되기도 한다. 마플은 디지털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것에서 금맥을 발견했다. 마플의 성장세는 무섭다. 2018년 매출 50억원, 2019년 77억원에 이어 올해 11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마플의 일반 회원은 약 70만 명이다. 13년 전 창업 이후 꾸준히 맞춤형 굿즈를 만들며 확보한 개인 회원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인 마플샵엔 8개월 만에 1만2000여 명의 크리에이터가 모였다. 이들이 마플의 힘을 빌려 내놓은 굿즈는 약 15만 종이다. 박 대표는 “영향력 있는 창작자는 1개월 만에 1억원어치를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플은 BTS 캐릭터인 ‘BT21’ 등을 보유한 라인프렌즈와 지난해 겨울부터 협업하고 있다. 라인프렌즈는 고객인 10대의 취향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굿즈 출시를 원했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제품 하나를 내놓기까지 통상 6개월이 걸렸다. POD(프린트 기술을 활용한 주문 제작) 시장의 강자인 마플이 해결사로 나섰다. 마플은 주문 접수와 동시에 곧바로 생산, 배송 처리해줬다.
인터넷 스타들을 관리하는 기획사인 MCN을 비롯해 네이버 웹툰, SM 등 엔터테인먼트회사들도 마플 이름을 협업 리스트 맨 위에 올려 놓고 있다. 대형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창고에 넘치는 재고를 마플과 협력해 개성 넘치는 브랜드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플의 다음 목표는 ‘물건 없는 온라인 상점’이다. 마플의 디지털 합성 기술을 이용하면 실물 형태의 샘플이 없어도 재고 걱정 없이 누구나 창업이 가능하다. 박 대표는 “궁극적으로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를 뛰어넘겠다”고 말했다. 제조와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플랫폼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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