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식 월덱스 대표(사진)는 2000년 회사 설립 후 곧바로 실리콘 전극의 미세구멍 가공 기술 개발에 나섰다. 처음 인쇄회로기판(PCB) 기판에 홀(구멍)을 내는 기계를 활용해 개발을 시작했는데, 실리콘 재질에 구멍이 매끈하게 뚫리지 않았다. 배 대표는 “시제품 장비를 여러 차례 버려가면서 35억원 이상을 개발비로 썼다”며 “은행이 신설법인엔 대출해주지도 않아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러 다녔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반도체 메이커들이 신생업체 제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일본 시장은 난공불락이었다. 일본의 한 대형사를 찾아간 배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이 품질관리를 할 능력이 있는가”란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 끝에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점점 인정을 받으며 거래처를 늘려갔다. 현재는 소니, 도시바 등 일본 고객사 비중이 가장 크다. 미국 마이크론, 대만 TSMC 등에도 납품 길을 열었다.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78%에 달했다.
올해 월덱스 매출은 1500억원을 넘어 창사 후 최대 기록을 올릴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에 해박한 배 대표는 “공대 출신이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는 법학도 출신 경영자다. 창업 전 한 제약회사에서 신사업팀 임원을 맡았다가 반도체 부품산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반도체 부품을 국산화하자’는 목표를 갖고 창업을 준비하며 기술도 스스로 익혔다. 그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도전정신으로 기업을 일궜기 때문에 직원에게도 ‘꿈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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