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여야 막론하고 "원전 살리자"

입력 2020-12-14 17:39   수정 2020-12-15 01:21

탈(脫)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원자력 부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대대적인 투자와 규제 개선을 통해 과거 원자력 강국의 모습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공화당·민주당 상원의원 4명이 지난달 공동발의한 ‘미국 원자력 인프라 법’이 지난 2일 환경공공정책 상원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은 이르면 내년 초 이뤄지는 상원 투표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초당적 협력을 통해 법안이 발의된 데다 양당 모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다.

법안의 핵심은 원자력 관련 투자 진흥 및 규제 개선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존 배러소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의 원자력 에너지 국제 리더십을 재확립하겠다”며 “신기술 인허가를 지원하고 미국의 원자력 공급망 인프라를 다시 활성화하며 규제를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셰일가스와 석유 등 화석연료 자원이 풍부한 미국이 원전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원전이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비용이 저렴해서다. 하지만 미국은 에너지 대국이자 과학 강국이면서도 현재 독자적으로 원전을 건설할 능력이 없다. 한때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산업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미국 원전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원전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녹색산업혁명 계획’의 핵심 중 하나로 ‘원자력 투자 확대’를 꼽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8일 원자로 제조회사를 방문해 “원자력은 탄소배출이 적고 안전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프랑스 에너지 공급의 핵심으로 삼겠다”며 “에너지와 환경의 미래가 원자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짓던 원전까지 건설을 취소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공청회’를 오는 24일 열 계획이다. 공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이 무기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향후 전력 수급 계획에서도 뺀다는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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