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선진 금융 허브에 뒤졌지만 뒤늦게 개방을 시작해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국 금융기관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중국 시장엔 극복해야 할 지배구조와 회계 문제가 있지만 중국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투명성과 실효성 있는 규칙을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규모 재정 투입 없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나면서 중국의 금리와 위안화 가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주식 등 금융시장에 대규모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상하이거래소는 IPO 건수와 조달 금액에서 세계 거래소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의 금융 생태계 밖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 주식을 통해 이익을 얻는 데 비해 미국 정부는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중국은 조만간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 수는 이미 미국 기업을 넘어섰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막으려 하지만 홍콩, 런던, 도쿄, 그리고 상하이증시와 중국 기업 상장 유치를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위협은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구조적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정치적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으며 연방 정부의 부채도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미 정부가 팬데믹 관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부채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금융 리더십은 미 경제의 핵심적인 파워다. 그러나 이 리더십의 지위는 그냥 정해진 게 아니다. 미국이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미국 내 금융시장의 강점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중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투자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현명한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이 기고한 ‘China Wants to Be the World’s Banker’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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