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과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 등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의 CEO가 일선에서 물러난다.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도 용퇴한다.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 인수,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수주 등 공이 적지 않아 유임이 예상됐지만 후배들을 위해 결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노무를 맡고 있는 윤여철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리를 지키는 쪽으로 정리됐다.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이 뚜렷한 데다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은 현대차 연구개발본부로,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은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연구개발본부에서 잔뼈가 굵은 연구원 출신이다. 여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2실장을 지낸 ‘기획통’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의 신임 대표는 내부 인사가 승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대표는 윤영준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이 승진해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계열사의 대표들은 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경영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김걸 기획조정실장(사장)과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 이광국 중국사업총괄(사장) 등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이 구상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업’이라는 목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도 대폭 교체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주 부회장 및 사장급 인사에게 퇴임 통보가 이뤄졌고, 이번주부터 부사장~상무급 임원들에게 인사 결과가 전달되고 있다”며 “예상보다 많은 임원이 물러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계열사는 임원의 30%가량이 퇴임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1970년대 후반~1980년대생 젊은 임원이 대거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외국인 및 외부 출신 고위임원을 중용하고, 40대 및 여성 임원을 대거 발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취임을 계기로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