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 이후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배 늘었지만 연간 벤처투자 규모는 이제야 2배를 갓 넘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으므로 인재들이 더 많이 유입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정 회장은 2000년대 IT 거품 붕괴,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테크(기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제2 벤처붐까지 벤처투자업계의 흥망성쇠를 몸으로 겪었다. 2005년 그가 세운 벤처캐피털(VC) 프리미어파트너스는 크래프톤, 카페24, 리디북스, 쏘카 등의 기업을 키워냈다.
정 회장은 올해를 “벤처산업이 ‘유망주’를 넘어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중심축’으로 떠오른 원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전 산업군에 걸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벤처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벤처 투자 없인 국가, 기업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완벽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정책은 없다”며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정착, 코스닥시장의 분리 운영, 벤처 투자 양도차익 비과세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달의민족 등 최근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정 회장은 “기존 틀대로 규제만 하면 신산업을 키울 수 없다”며 “새로운 경쟁자가 나와 문제가 시장에서 해결되도록 정부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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