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가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내에선 “선거를 앞두고 이미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은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굳이 사과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이런 문제를 털고 가야 중도표를 흡수할 수 있다”며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차 3법, 기업규제(공정경제) 3법 등 쟁점 법안들을 강행처리하면서 이로 인해 불거진 부작용 등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과 대비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된 정경유착, 국정농단에 대한 잘못도 깨끗하게 인정했다.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극우파 진영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민주화 항쟁’ 억압에 대해 무릎 꿇고 사죄할 때부터 이런 사과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 반발 여론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4주년을 맞는 지난 9일 사과하려고 했을 땐 “쟁점법안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이라며 당내 중진 의원들이 공개 반발하기도 했다.
이런 내부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사과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없이 준비한 원고를 약 5분간 읽고 퇴장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하겠다는 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당내 의견은 엇갈렸다. 당 지도부는 대체로 김 위원장을 지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이날 회견에 대부분 동석했다. 반대 의견도 쏟아졌다. 탄핵 직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무소속)은 “탄핵 사과는 지난 대선 때 인명진 위원장(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포괄적으로 했고 나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서) 한 바 있다”며 “대표성도 없고 뜬금없는 사과”라고 혹평했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국민통합을 위해 이제는 (전직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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