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 최초로 내년부터 최우수 연기상의 남녀 구분을 폐지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는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베를린영화제는 올 들어 18년간 1인 체제로 운영해온 디히터 코슬릭 집행위원장이 물러난 뒤 큰 변화를 맞았다. 카를로 샤트리앙 예술감독(프로그래밍 분야·왼쪽)과 마리에트 리슨베익 집행위원장(조직 운영) 2인 체제로 바뀌었다. 리슨베익은 베를린영화제 최초의 여성 집행위원장이다. 두 사람을 국내 언론 최초로 한국경제신문이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두 리더에게 베를린영화제를 국제적인 권위의 축제로 이끌어가는 비결을 물었다.
리슨베익 집행위원장은 “400만 베를린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여서 지난 2월 제70회 영화제에서는 역대 최고인 33만 장의 티켓을 판매했다”며 “베를린영화제는 특히 국제적인 영화산업계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서 매년 2만여 명의 업계 관계자가 네트워킹과 사업을 위해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 총예산은 2720만 유로(약 350억원)로, 120억원 규모인 부산영화제의 약 3배다. 그는 “총예산 가운데 정부 지원이 1040만 유로이고 로레알, 마젠타TV, 마스터카드, 독일 공영방송 ZDF 등이 기업 스폰서로 참여한다”며 “조직위도 자체적으로도 티켓 판매, 영화 출품료, 참관 배지 판매, 마켓 부스 임대료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독일 정부의 지원 금액은 작년보다 220만 유로 늘었다”며 “공적 자금과 민간 스폰서 지원, 자체 수익 창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보다 늦게 출범했지만 규모 면에서 앞지른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지난 20년 동안 베를린의 유러피언필름마켓(EFM)은 독립영화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독립영화 제작자에게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영화제가 사회성 짙은 작품을 선호한다는 평가에 대해 샤트리앙 예술감독은 “베를린 시민들은 영화를 통해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새롭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자체 언어와 고유의 특징을 갖는 예술의 한 형태”라며 “영화의 주제 자체보다는 제작자들이 그 주제를 어떻게 풀어내고 다루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내년 2월 축제도 오프라인으로 치를 계획”이라며 “여행과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상영작을 줄여 상영 횟수를 보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부터 은곰상인 최우수 주연상을 남녀 구분 없이 하나로 통합하기로 한 데 대해 “주요 국제영화제 가운데 ‘젠더 프리’ 연기상을 도입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산업계에서 성인지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성 중립적인 표현을 쓰기로 했다”며 “남우·여우 조연상도 최우수 조연상으로 통합한다”고 덧붙였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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