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 테스트를 위해 버스 시동 좀 켜주세요.”
15일 오전 8시 서울 상일동 H강동수소충전소. 이날 첫 운행을 앞둔 370번 수소버스를 살펴보던 한 관계자가 버스에 수소 충전이 끝나자 이같이 외쳤다. 버스 운전사가 “이미 시동을 켠 상태인데요”라고 답하자, 버스를 둘러싸고 있던 이들은 잠시 얼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시동이 켜져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 만큼 버스가 조용하고, 진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번에 도입한 수소버스는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다. 이 버스는 기존 내연기관 버스와 달리 소음과 진동, 매연 등 세 가지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기자가 강동공영차고지에서 출발해 370번의 회차 지점인 충정로역까지 약 1시간30분가량 버스를 타고 이동해보니 ‘3무(無) 버스’라는 사실이 확실히 느껴졌다. 엔진 대신 모터가 달린 덕에 주행 중 소음이 거의 없었다. 특히 신호대기 등으로 잠시 정차할 때도 진동이 없어 승차감이 편안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좋았다. 매일 370번 버스를 타고 강일동에서 중곡동으로 출퇴근한다는 안모씨(44)는 “다른 버스에 비해 확실히 소음과 진동이 작다”며 “버스를 타면 멀미가 심한 편이라 수소버스가 빨리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스의 주행거리가 길어 운전사들도 만족해했다. 이 버스는 하루 한 번 30분(일반 수소충전기 기준)만 충전하면 최대 450㎞를 달릴 수 있다. 평균 250㎞가량을 운행하는 노선인 370번의 경우 서울 시내를 하루 종일 운행하고도 연료가 남는다.
시내버스 운전경력 10년차인 370번 버스 운전사 최한근 씨(49)는 “수소버스는 승차감이 좋아 상용차가 아니라 고급 승용차를 모는 느낌이 난다”며 “출력이 높아 언덕을 오를 때도 부담이 적고, 운전 피로도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버스 한 대 교체로 30년생 소나무 1만9000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12t가량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되는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수소버스 도입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경유차를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내버스는 5년 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전기버스나 수소버스로 바꾸기로 했다. 시·구·산하기관에서 이용하는 공용차와 서울시의 인허가가 필요한 시내버스, 택시, 공항버스, 시티투어버스 등은 앞으로 친환경차량으로만 교체할 예정이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수소버스 도입은 승객들의 승차 편의를 높이고,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묘책”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서울시가 수소버스 등 친환경차 도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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