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건 사실이다. 올 2~11월 중 자영업 22개 업종의 폐업 현황을 보면 PC방, 유흥주점, 방문판매업체 등의 폐업 건수가 전년 대비 30% 안팎에서 최고 세 배 넘게 늘었다. 일반음식점은 폐업이 9.5% 줄긴 했지만 “가게를 내놔도 새로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고, 폐업에 따른 철거비용도 수천만원에 달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고통 분담을 상가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선 안 된다. 한 여당 의원의 발의 법안처럼 임대인이 임대료를 받을 수 없게 한다는 건 시장경제 체제에서 보장해야 하는 사적 계약을 무력화하는 것일뿐더러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더구나 상가 임대인 중에는 늘어난 공실과 대출이자 등으로 적자를 보는 코로나 사태 피해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임차인=약자, 임대인=강자’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한다면 또 ‘편 가르기’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와 오락가락 방역으로 눈물짓는 자영업자의 분노를 임대인에게 돌리려는 정치적 꼼수로 해석될 소지도 크다.
지금 자영업자 등 임차인의 고통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정부의 방역 실패로 코로나가 확산됐고, 그로 인해 영업제한 조치를 한 것도 정부여서다. 독일 정부가 16일부터 슈퍼마켓 약국 등 필수업종 상점만 문을 열고 나머지는 모두 영업을 금지하는 강화된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문 닫게 되는 업체에 고정비의 최대 90%까지 지원키로 한 것은 참고할 만하다. 물론 임대인 중에는 임차인의 처지를 감안해 임대료를 깎아주거나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임대인들의 선의는 정부가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통해 유도해야지 법으로 강제해선 안 된다. 그게 시장경제를 지키는 정도(正道)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