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구슬 굴려 만든 암모니아…100년 만에 신기술 나왔다

입력 2020-12-15 07:43   수정 2020-12-15 15:31


국내 연구진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존의 암모니아 제조 공정 대신 공해 유발 없이 쇠구슬을 굴리는 것만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15일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팀은 기존의 화학적 합성법 대신 쇠구슬들이 부딪치는 물리적 힘만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암모니아는 요소비료를 만들거나 폭탄 제조에 필요한 질소화합물, 플라스틱, 의약품 등 화학산업 곳곳에 사용되는 세계 10대 화학물질 중 하나다. 산업 현장에서 두루 쓰이는 암모니아는 그간 고온과 고압에서 합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암모니아를 만들 때 산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은 20세기 초반 만들어진 '하버-보슈법'이다. 100여년간 이용됐던 이 방식의 문제는 400~500도의 고온과 200기압의 고압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에서 합성되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신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작은 쇠구슬을 굴리는 것만으로도 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큰 설비 없이 45도라는 저온과, 대기압과 거의 비슷한 1기압에서 암모니아를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용기에 쇠구슬과 철가루를 넣고 회전시키면서 질소 기체와 수소 기체를 차례로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쇠구슬에 부딪혀 활성화된 철가루 표면에서 질소 기체가 분해되고, 여기에 수소가 달라붙어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이용해 45도와 1기압의 저온·저압 조건에서 82.5%의 높은 수득률로 암모니아를 생산했다고 강조했다. 수득률은 반응물에서 생성물을 얻는 효율로, 수득률이 높을수록 경제적이다. 복잡한 공정과 고온 및 고압이 요구되는 하버-보슈법'에선 수득률은 25%에 그쳤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설비 없이 필요한 위치에 바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암모니아 가스를 액화해 운송하거나 저장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촉매로 쓰이는 철가루도 가격이 저렴해 경제적이다. 또 기존 하버-보슈법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백종범 교수는 "100여 년 된 암모니아 생산 공정의 각종 단점을 보완하는 간단한 암모니아 생산 방식을 개발했다"이라며 "암모니아를 고온·고압 설비 없이 각종 산업 현장에서 생산할 수 있어 저장·운송에 쓰이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과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 U-K 브랜드 육성사업(UNIST)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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