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재벌 산둥루이도 디폴트…듀폰 '라이크라' 인수가 독됐나

입력 2020-12-15 11:23   수정 2020-12-15 11:35


영국 아쿠아스큐텀, 스위스 발리 등을 잇달아 인수해 화제를 모았던 중국 섬유재벌 산둥루이그룹이 10억위안(약 17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산둥루이가 지난해 듀폰으로부터 스판덱스 브랜드 라이크라를 무리하게 인수한 게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산둥루이는 14일 중국의 회사채 공시 시스템인 전국은행간대출센터에 "14일 만기인 원금 10억위안, 연 금리 7.5%의 3년물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작년부터 자금 흐름이 악화된데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매출이 현저히 줄어 채무를 갚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둥루이는 지난해 듀폰으로부터 라이크라를 인수할 당시 대금 26억달러 가운데 10억달러를 차입에 의존했다. 2018년에는 발리의 지분 75%를 1억유로(약 13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치우야푸 산둥루이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아시아의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가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 이후 총 40억달러(4조3000억원) 규모의 M&A를 진행했다.

산둥루이가 국유기업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 금융당국이 국유기업들의 방만 경영에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힌만큼 구제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둥루이는 지난 3월에도 일부 회사채의 이자를 늦게 지급한 바 있다. 당시 산둥성의 자산관리공사인 지닝도시건설투자에 자금 융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게다가 지닝도시건설투자는 지난 6월에는 산둥루이의 지분 26%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던 2019년 10월의 합의까지 취소한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재정 감독이 계속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셸 람 소시에테제네랄 중국이코노미스트는 "산둥루이의 이번 디폴트 사례는 앞으로 국유기업과 연결돼 있는 민간기업의 재무 문제도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란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걸&제너럴자산운용의 에릭 뤼트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은 '두 번 풀어줬다 한 번 조이는' 식으로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를 관리해 왔으며 산둥루이도 그런 시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올해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가 2000억위안을 넘어 역대 최대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국유기업들의 방만 경영을 바로잡기 위해 '무관용' 원칙을 제시하면서 스스로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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