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천위 출신이 징계위원…'답정너' 회의 끝에 尹 정직 2개월

입력 2020-12-16 04:38   수정 2020-12-16 05:18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만장일치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지 22일 만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징계를 받은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 총장은 해임 처분은 피했지만 윤 총장의 2년 임기가 내년 7월까지여서 사실상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하게 됐다.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윤 총장에게 제기된 6가지 징계 사유 중 4개가 인정됐다"며 "징계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재판부 분석 문건 배포 △채널A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은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언론사주와 부적절한 교류 △감찰 협조의무 위반 등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으나 징계사유로 삼지 않는다는 불문 결정을, △채널A사건 감찰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정했다.

당초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15일 자정쯤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징계위는 16일 오전 4시 15분에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최종 결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징계 수위를 놓고 토론이 길어졌다"며 "불미스러운 일을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밤샘 토론 끝에)오늘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총장 측은 징계위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 징계위는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다음날로 예정됐던 징계위가 한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서는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총장 측 변호사는 징계위가 종료된 후 기자들과 만나 "정말 무고하고 누명이라는 것에 대해 벗겨보려 많은 준비를 하고 노력했지만 절차가 종결되는 것을 보니, 저희 노력과는 상관없이 (결론이) 이미 다 정해져 있던 것 아닌가 한다"고 반발했다.

징계위는 15일 오전 9시부터 윤 총장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징계위는 시간을 좀 더 달라며 반발하는 윤 총장 측 변호사들을 모두 회의실에서 내보낸 뒤 회의 종료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고 한다.

이날 법무부 징계위 2차 회의는 애초 8명의 증인 심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등이 모두 불출석하며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징계위원들은 윤 총장 측이 신청한 나머지 5명의 증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이 오는 17일까지 추가 자료를 내겠다고 했으나 16일까지 내라고 독촉했다. 윤 총장 측이 이에 난색을 표하자 그대로 회의를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라) 징계위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징계위는 회의를 오늘 안으로 종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공지하면서 최종 의견 진술을 즉시하라고 했다. 윤 총장 측이 시간이 촉박하다고 항의하자 징계위는 1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윤 총장 측은 1시간 안에 준비를 마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결국 최종 의견 진술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징계위는 이날 오후 7시50분 경 심의 종결을 선언했다.

앞서 윤 총장 측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외부 위원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안진 교수 등 4명에 대해 기피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특히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이었고,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공천 심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원회 위원 4명 중 3명은 호남 출신이다. 법조계에서는 징계위원 출신 지역만으로 결론을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전체 인원 4명 중 특정 지역 출신이 3명이나 되는 것은 편중된 구성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 측은 예비위원 지정 없이 징계위를 개최한 것도 절차상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검사징계법상 징계위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맡고, 위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사안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청구권자이기 때문에 빠졌다. 외부 위원 중 1명은 이 사안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밝혔다. 심재철 검찰국장은 '판사 사찰 의혹' 제보자라는 지적에 따라 2차 회의 때부터 위원으로 참석하지 않게 됐다. 결국 징계위원 4명이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됐다.

법무부 측은 예비위원을 지정하지 않아도 의결정족수가 되면 심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징계위는 '징계위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규정돼 있다. 7명 중 4명이 출석한 상태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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